소나기

소재호

종일 소나기가 하루를 두드린다.

 

조그맣게 움츠리는 하루

 

작은 비비새가 되어

 

탱자나무 울 밑으로 숨는다.

 

왈칵 쫓아 온 빗방울들도

 

가시에 찔리어 조롱조롱 아픈 은빛.

 

세상일 슬픈 게 어찌 하나 둘 뿐이랴.

 

비悲 비悲 비悲 ,목까지 젖어

 

눈물이 까마아득한 어둠 속에서

 

제 안의 한 방울씩을 희디희게 울먹이며

 

온 세상을 넘쳐 간다.

 

 

△ 소재호 시인은 1984년 '현대 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어둠을 감아 내리는 우레'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