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지역 발전의 봄을 찾자

홍 성 덕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봄은 항시 그렇게 온다. 오는 듯 마는 듯. 지난 겨울 잦은 눈과 추위가 있었기에 기다린 봄이지만, 봄이 되면 겨울은 잊혀진다. 우리 지역은 늘 춥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에서 1면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전북출신 ○명이라는 문구이고, 소외와 낙후라는 단어는 해방 후 줄곧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단어였다. 이는 현재 우리들 모습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출발해서 그 이유를 외적 요인에 찾는 남 탓하는 전형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중요한 인선과 정책결정이 있을 때면 늘 습관적으로 내 뱉는 말은 아니었을까?

 

우리들이 그리는 지역의 그림은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보면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큰 그림은 그다지 볼 수 없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다. 180여 만명이 조금 넘는 작은 지역에서 내 놓을 수 있는 정책도 사람도 없는 데, 이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탓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 고장에는 정책연구원과 대학 내의 인력들이 적지 않게 있다. 지역의 발전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끝없이 쏟아 내고, 수십명의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자조적 비판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왜 그럴까?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성에 차지 않으니, 이는 내 잘못이 아닐 것이라는 섣부른 결론에 도달하고 있지는 않을까? 분명 지역발전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없는 것도 아니고, 비전과 희망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역사학자로서 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문제는 지역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우리들이 알고 있는 전라북도를 정말 잘 알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지역발전전략은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 힘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그 힘을 우리들이 얼마 만큼 이해하고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의 해결 방식이다. 지역연구는 1965년 지방문화사업조성법의 제정과 1994년 지방문화원진흥법이 공포 되면서 외연적 확장을 거듭해 왔다. '향토애' 등의 단어가 친숙해 진 것도 이 즈음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전라북도의 향토사에 대한 이해는 마음만 앞서 있을 뿐 지역발전을 견인할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하였다는 것이다.

 

역사는 단절되지 않는다. 전통이라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지역의 내재적 힘은 수백년 동안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에 있다. 외형적 발전의 논리가 아닌 내적 힘으로부터 분출되는 발전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서 역사는 반드시 연구되어야 할 분야이다. 전라북도 지역사를 총괄하는 기관이 우리 지역에는 없다. 1997년 전북학연구 3책을 낸 이후 지역 연구는 대학의 몇몇 연구자와 지방 정부의 단편적인 용역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당장 독립된 기구는 아니더라도 전북발전연구원 내에 전라북도역사문화연구부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지역 발전 전략과 지역사 연구를 비교해 보면 그 필요성은 더 분명해 진다. 지역학 연구에서 전주를 제외하면 무엇 하나 변변하게 추진되고 있지 못하다.

 

다행인 것은 전라북도에서 작년부터 숨겨진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 찾기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기관장의 관심도에 좌우되지 않고 단편적인 생색내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조직의 신설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포스트 새만금 고민을 풀어가기 위해 새로운 국책사업 발굴에 앞서, 지역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힘을 찾는 차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에 당장 요청할 과제를 찾기 힘든 것은 내 주머니 속에 담긴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전라북도역사문화연구소를 만들고 차분히 채워나간다면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역 발전은 봄 손님처럼 그렇게 오는 듯 마는 듯 우리 곁에 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