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는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다. 여기에도 명백한 근거가 있다. 학습도서관은 경사로가 있지만 그 위에는 계단이 있다. 휠체어로는 독서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없다. 1층의 편의점만 이용 가능하다. 장애인화장실은 넓고 조용하지만 전구가 나가거나 변기가 막혀도 잘 고쳐주지 않는다. 인도의 보도블럭은 움푹 패이고 튀어 나왔다. 부서진 보도블럭에 휠체어 바퀴가 걸리면 휠체어에 탄 사람은 바닥에 나뒹굴기 때문에, 그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팔걸이를 붙잡는다. 점자블록은 중간 중간 끊겨있는 곳이 많다. 장애인 전용실이 있는 기숙사는 자동문이 설치되지 않은 건물이다. 휠체어에 앉아서 문을 열려면 갖은 힘을 써야 겨우 열릴까말까 한다. 기숙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그 다음엔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혼자 힘으로 내려갈 수 없다. 장애학생 도우미가 있긴 하지만 그들이 항상 곁에 있을 수는 없다. 있어도 불편한 것은 여전하다. 한 장애인 학우는 이렇게 말했다. "담당 직원이 휠체어 타고 학교 한 바퀴만 돌아봤더라면 절대 이런 식으로 안 만들었겠죠."
그렇다면 전북대학교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학교일까, 배려하지 않는 학교일까? 양적인 평가에 따르면 장애인을 배려하는 학교이지만 질적인 평가에 따르면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학교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느 시각이 진실일까? 전북대학교의 당사자들은 후자에 입을 모으는 한편, 각종 대학평가와 언론에서는 전자를 바라본다.
우리나라의 대학평가는 이렇듯 대부분 양적 지표에 치우쳐있다. 이에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임기 전반에 걸쳐 선진국 수준의 질적 평가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 후보는 "대학평가의 기준과 절차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수많은 대학평가가 대학이 양적 평가지표를 높이기 위해 꼼수를 쓰도록 강요해왔던 현실을 꼬집었다. 특히 취업률 부풀리기가 가장 심각한데, 일부 대학에서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허위로 취업했다고 신고하거나 통계를 조작해 교과부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대학이 취업양성소로 변질됐다는 오늘날, 이 기능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대학에 대한 양적 평가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일렬로 줄 세우기식의 대학평가는 반대하지만 부실한 대학을 가려내는 평가는 계속 되어야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대학의 수도 줄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준이 단지 숫자 몇 개로 정해지는 것은 안 된다. 숫자는 때에 따라 계속 변한다. 잠깐의 실수에 명문대도 부실대의 낙인이 찍힐 수 있는 것이 오늘날의 대학평가다. 양적인 평가와 더불어 질적인 평가도 함께 고려하는 대학평가가 만들어져 대학들 간의 선의의 경쟁이 이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