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만난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단장 류장영)의 신춘음악회'춘색만당'(春色滿堂)은 신선한 배반의 연속이었다. 일사분란한 팀워크와 탄탄한 합주력을 내세우면서도 팔색조 매력의 거문고 연주자 위은영·여류 가객 강권순·대금 명인 임재원씨의 화려한 개인기까지 곁들여져 창작국악곡이 아닌 정악이라는 다소 난해한 곡들로 자칫 지루하게 갈 수 있다는 기대를 단박에 무너뜨렸다.
40여 명 남짓한 단출한 규모의 단원들은 마이크 없이 자신감 있게 우리 소리의 촘촘한 결을 내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풋풋한 봄의 역동성을 노래하는 '춘무'와 '이화춘풍 새봄이 들어'에선 맑고 경쾌한 음색을 얻어내다가 자연을 관조하는 우리 정가를 뒷받침하는 '청산별곡'과 '산천초목'의 곡 해석력은 단정하고 말끔했다. "밤새 감기가 들어 목이 안 좋다"던 박영순 창극단 부수석 단원의 '춘향가'에선 애달픈 춘향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너그러운 님(이몽룡)으로 변신했다가 적재적소에 추임새를 넣어주던 류 단장의 노련함이 빛을 발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하이라이트는 거문고 연주자 위은영 관현악단 수석 단원의 무대였다. 그가 연주한 거문고 협주곡 '강상유월'은 은은한 달빛 앙상블에서 거칠고 자유분방한 파격으로 이끌어 가속 붙은 오토바이를 타고 두 팔을 놓은 듯한 아찔함을 연상케 했다. 음향이 크지 않은 데다 울림이 짧아 비주류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거문고의 '무한도전'을 정면승부한 것이라 더욱 값졌다.
아쉬운 대목은 마지막 곡'울림'의 조합. 지루해할 지 모르는 객석을 위해 현란한 무용까지 곁들인 타악은 담백한 한정식에 톡톡 튀는 콜라를 내놓은 것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로막았다. 쉽게 박수가 나오지만 굳이 만점 욕심은 내지 않는 모범생 같은 그런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