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재인촌 우듬지'

연극인 부부 정찬호 김영오씨가 극단을 만들어 첫 무대를 올린 것은 2004년 늦가을이었다. 20대에 연극을 시작했으나 잠시 외도했던 남편을 다시 불러 함께 연극판으로 다시 돌아온 지 10년. 부부가 함께 만든 극단 '재인촌 우듬지'는 창단한지 2년만에야 '지워진 정여립'을 무대에 올렸다. 연극배우 출신인 남편 정씨가 처음 희곡을 쓰고 연출을, 극단 대표이기도 한 아내 김씨가 제작과 기획을 맡은 작품. 단원들도 대부분 연극무대에 처음 서는 신인들이었다. 아마추어의 틀을 벗지 못한 단원들과 씨름하며 만들어낸 첫 작품에 대한 평은 엇갈렸다. 격려보다는 우려와 비판의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부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새롭게 그려내는 맨바닥으로부터 더 큰 의욕과 희망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2008년 7월, 전주 한옥마을과 동문거리로 이어지는 거리에 소극장이 문을 열었다. 전용면적 60여 평, 일부 공간을 연습실로 사용하고 남은 면적에 만든 극장은 60여명 관객만 들어서도 꽉 차는 아주 작은 규모였다. 소극장 이름은 '우듬지'. '연극을 하려고 극단을 만들었지만 대관료 부담 없이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찾지 못했던 부부의 오랜 소망이 이어낸 결실이었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대학로 한 소극장에서 40일 장기공연에 나선 지역극단이 화제가 됐다. 로맨틱 코미디로 장기공연에 나선 극단은 '재인촌 우듬지'. 역시 부부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공연작품은 이미 전주 우듬지소극장에서 장기공연으로 이름을 높인 '오래전 愛'와 '아주 치명적인 두여자'. 12월초까지 이어진 서울 대학로의 장기공연이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재인촌 우듬지'가 또 새로운 일을 벌인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학로에 자체 소극장을 만드는 계획이다. 사실 지역 극단의 서울공연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듬지의 대학로 공연도 문광부와 한국소극장협회가 공모한 공연장 대관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던 덕분이었다. 때문에 여전히 열악하기 만한 연극판의 현실만으로 보자면 우듬지의 도전은 무모하게 보인다. 그러나 돌아보면 재인촌 우듬지의 선택은 언제나 '무모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주목을 끄는 것은 그들의 도전이 늘 실현되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열악하기만한 지역문화판에서 서울에 소극장을 열고 전주의 우듬지소극장에서 더 새로운 소극장 운동을 벌이겠다는 우듬지의 존재는 빛난다. 그들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