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문화사랑회 '전주재발견 현장답사'】숨은 역사 이야기에 '눈이 번쩍 귀가 쫑긋'

전국 각지서 30여명 방문…경기전·오목대 등 들러

▲ 9일 열린 '전주재발견 현장답사'에서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이 탐방객들에게 전주의 숨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2시 전주 경기전. 낮 최고 온도가 28도가 될 만큼 날씨가 풀리자 전주 한옥마을은 예전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한 바퀴 휙 둘러보면 볼 것이 없다고 푸념하는, 어쩌면 전주 사람들도 잘 모르는 전주의 숨은 역사를 알리기 위해 전주문화사랑회의 '전주재발견 현장답사'가 이날도 진행됐다.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의 안내로 '전주의 속살'을 탐방한 전국 각지에서 모인 30여 명의 탐방객들은 예향(藝鄕) 전주의 자부심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한옥마을에 오면 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대로 '경기전=태조어진'이라는 공식대로 겉만 훑어보고 갔다"라고 말한 김유빈(22·전주대)씨는 첫 설명부터 호기심을 보였다. 평소 별다른 생각없이 들어갔던 경기전 정문에서부터 이 관장의 설명이 시작됐기 때문.

 

"대문을 만들때 이어 붙인 나무판이 짝수면 못을 홀수로 밖아 문 하나하나에도 우리 조상들은 음양의 조화를 생각했다"는 설명을 듣자 탐방객들은 문을 유심히 살펴보며 못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정문을 지나 태조 어진이 봉안돼 있던 진전으로 향하는 짧은 길에서도 경기전의 숨은 이야기는 계속됐다. 조선시대에는 진전과 정문이 같은 높이에 있었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정문 쪽에 도로가 들어서며 진전의 높이가 낮아진 것. 또 현재 정문의 위치도 원래의 장소에서 옮겨졌다.

 

이는 일본의 '조선 역사 지우기'작업의 일환으로 왕조의 시작인 태조 어진이 봉안된 곳의 원형을 훼손해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고 지배의 합당성을 부여코자 시작됐다는 게 이 관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본은 큰 틀에서 경기전의 원형을 훼손했지만 작은 부분들은 그대로 남겨둬 전주의 숨어 있는 이야기가 현재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장은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중국처럼 웅장하진 않지만 소소한 재미들이 곳곳에 묻어있다"며 설명을 이어가자 탐방단 외에도 이날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즉석에서 합류하기도 했다.

 

김소영씨(45·대전)는 "그간 한옥마을에 와서 자세한 이야기를 못 들었는데 우연히 지나다 설명이 흥미로워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아서 합류하게 됐다"며 이날 6시까지 이어진 탐방을 완주했다.

 

답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동 중에도 쉴새 없이 질의응답을 통해 현장 답사를 복습하기도 했다.

 

조경묘로 이동하는 길에 이 관장은 "조경묘에 누구의 위패가 있죠?"라는 질문을 던지자 가장 앞자리에 있던 김온유양(6)이 "전주 이씨요"라고 대답해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밖에도 오목대 이목대 전주향교 한벽당으로 이어지는 이번 답사에는 더운 날씨와 4시간 탐방에도 참여했던 사람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강원구씨(81·서울)는 "50년 전에 서울로 이사해 전주에 대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알았는데 오늘 설명을 듣고 질문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서울에 돌아가 친구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