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배움이나 학문이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것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우리 삶과 동떨어진 신비로운 영역이라 간주하거나, 혹은 자신의 삶과는 다른 별천지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는 듯 하는 경향 또한 없지 않다. 그리고 정량화된 지표로만 평가하는 세태가 반영되어서인지 배움은 모든 것이 점수로 계량화되어 상위의 점수를 획득한 청춘에게만 특권을 누릴 수 있다고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옛 선현들이 학문이라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거나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일에 따라 각각 그 마땅함을 얻는 것일 뿐"이라는 우리 조상들의 지적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문화도 이러한 각도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시대에서 문화를 가꾸고 향유하는 것은 우리 삶의 일상성을 벗어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최대', 혹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문화 공간이나 행사는 한번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겠지만 지속성을 갖기는 어렵다. 이러한 수식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은 자극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인식되기 쉽고, 일상의 삶 속으로 들어오기 어렵다.
문화를 힘 있게 가꾸는 힘은 화려한 일회성의 이벤트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오랜 동안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구축된다. 오랜 동안 개인과 마주한 문화는 개인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재생산되고, 이를 통해 사회화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개인은 주체적인 문화인으로 성숙되고 문화의 향유자인 동시에 생산자로서 위치 지어지게 되며, 일상성은 시대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유의하여 우리는 우리의 지역 문화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지역 문화를 일상성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파악한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문화 공간과 문화 사업을 생산하면서 그저 세계 최초 혹은 한국 최대라는 수식어에 매달린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으며, 문화를 향유할 때 그저 일회성 이벤트에만 매달린 것은 아닌 지 재고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최고 축제 중 하나인 김제의 지평선 축제가 가장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힘은 과거 지역민의 일상적인 삶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 지역 문화가 힘과 지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문화의 내용과 형식이 지역민의 삶이 녹아있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지역의 최대 현안인 새만금의 문화 공간 창조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저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 혹은 지역민의 삶과 동떨어진 마천루의 탑을 쌓는다고 새만금 문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로컬리티를 가진 일상의 삶으로서 문화가 재생산되고 향유될 때 지역문화는 지속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