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순수함·야성미 지닌 장희빈 보여드리겠다"

 

"그간 장희빈은 역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너무나완벽하게 연기를 해주셔서 부담이 됐어요. 기존 장희빈과 캐릭터였다면 감히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러나 기존과 다르게 해석한 장옥정 역할이라 하게 됐습니다. 순수함과 용기, 야성미를 지닌 장옥정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톱스타 김태희(33)가 장희빈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우리가 익히 아는 '요부' 장희빈(1659-1701)과는 상당히 다른 캐릭터다.

 

'야왕' 후속으로 내달 8일 시작하는 SBS TV 24부작 월화 사극 '장옥정'의 주인공 장희빈(장옥정) 역을 맡아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그의 사극 출연은 영화 '중천'(2006) 이후 7년 만이다. 상대역인 조선 19대 임금 숙종 역에는 '최강칠우', '성균관 스캔들'에서 사극 연기를 펼쳤던 유아인(27)이캐스팅됐다.

 

11일 경기 고양 탄현 SBS제작센터에서 열린 '장옥정' 간담회에서 김태희는 "개인적으로 사극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고 어떤 사극 드라마를 꾸준히 끝까지 관심있게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사극은 나한테 낯선 장르였다"며 "그래서 이 작품을 하기로 한순간부터 '여인천하'나 '대장금'부터 '성균관스캔들' 동이' '해를 품은 달'까지 매일 사극 드라마를 두 편씩 집에서 꾸준히 봤다"고 말했다.

 

그는 사극이 어렵게 느껴져 그간 출연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제게 사극은 굉장히 어려웠어요. 예전에도 사극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대본을 봐도 이해가 안갔어요.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오고 대본을 읽다가 앞장을 다시 넘겨봐야 이해가 되는 경우도 많았죠. 그래서 난 아직 사극을 찍을 만큼 해석력이나 이해력이 떨어지나 싶어 많이 포기했습니다."그러나 이번 '장옥정'은 달랐다는 것.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이번 작품은 대본을 4부까지 읽는데 그냥 술술 굉장히단시간에 읽었어요. 너무 이해도 잘되고 몰입도 잘돼 이 사극은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럼에도 사극 말투가 익숙하지 않아서 예전 사극을 보면서 그 시대 몸가짐과 말투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극 말투와 톤을 잡는 게 저한테 관건입니다."그는 드라마 대본에 앞서 같은 작가가 쓴 소설을 먼저 봤다고 했다.

 

"이 작품의 소설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먼저 봤는데 기존 장희빈과 달랐어요.

 

표독스럽기도 하고 악독한 악녀 이미지의 장희빈은 전혀 볼 수 없었고 한 여자로서 정말 처절하게 한 남자를 사랑했던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드라마는 멜로가 주 내용일 것 같아요. 어머니가 노비이다 보니까 장옥정도 천민일 수밖에 없는 신분의 굴레 속에서도 열정과 희망을 잃지 않고 디자이너로서의 희망을 키워나가고 옷을만들어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어 이순(숙종)이라는 운명의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순수함과 용기를 가진 여자가 나옵니다."김태희는 "기존 장희빈 역할과는 조금 다른, 좀 더 인간미있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희빈을 다룬 드라마는 지금껏 아홉번 만들어졌다. 이번 드라마 '장옥정'은 요부 희빈장씨보다는 그가 궁에 들어가기 전 침방나인 장옥정으로서 능력과 끼를 발휘하던 시절에 방점을 찍는다. 옷에 대한 뛰어난 감각과 장사치로서 승부사적 기질을 타고난 장옥정의 모습을 집중조명하고 그가 궁에 입성한 후 숙종과 나누는 로맨스도비중있게 다룬다는 게 제작사의 설명이다.

 

"이번 장옥정은 타고난 신분 때문에 세상과 사람에 상처받고 좌절하지만 그로 인해 악독해지는 게 아니라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굉장히 야성미 있는 역할로 해석했다"는 김태희는 "그런 또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성공이고, 또 그런 차별점을 통해 역대 쟁쟁했던 선배(장희빈을 연기한)들과의 비교도 피할 수 있을 것같다"며 웃었다.

 

서울대 의류학과 출신인 김태희는 "사실 학교 다니다 데뷔를 해서 학교 공부에 몰두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졸업작품전도 하고 패션쇼하며 옷을 만들어봤던 것이 은근히 도움이 되더라"며 "그냥 바느질하고 옷 만들어보고 스케치해봤던 것들이 아무래도 익숙해 이번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실에서는 두 살 연하의 비와 연애 중인 김태희는 드라마에서는 여섯 연하의 유아인과 호흡을 맞춘다.

 

그는 "영화 '완득이'를 보고 유아인 씨 연기에 큰 인상과 감명을 받았는데 그가숙종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정말 너무너무 기뻤다"며 활짝 웃었다.

 

"여섯 살 연하라 부담이 많이 되긴 하지만 잘해야죠. 최대한 제가 먼저 다가가서좋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잘 리드를 해야하는데…. 어떻게 유아인 씨를 대해야 할지 어려운 상황이지만 느낌이 좋을 것 같아요. 그간 유아인 씨 인터뷰기사 등을 봤을 때 너무나 개념있고 생각이 깊은 분이라고 느꼈어요. 좋은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생각했기에 이번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잘 어울리는 커플이 되고 싶습니다."그는 이번 장옥정을 연기하면서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장옥정은 천출이라는 신분 때문에 그 시절 자신이 사랑한 사람을 선택할 권리조차 없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연민을 많이 느꼈습니다. 지금은 그런 신분 제도도 없고 자유롭게 본인이 원하는 사랑을 찾아서 충분히 용기를 낼 수 있는 환경이잖아요. 저도 충분히 그런 성격이고요. 장옥정이라는 한 인물의 삶을 진정성 있게그려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데뷔 초와는 달리 언젠가부터 김태희로 사는 것보다 드라마 속 인물로 사는 게 더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번 작품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장옥정으로 살고 싶고 옥정이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연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