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과 환청을 오가며 쏟아지는 방언을 통해 억압에 대항해 구원을 위한 몸짓을 그려낸 '용문'(감독 이현정), 기구한 사연을 간직한 남녀를 독특하게 묘사한 '레바논 감정'(감독 정영헌), 멜로 드라마의 기본 구조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파격을 더한 '환상 속의 그대'(감독 강진아)는 다소 낯선, 그래서 더 매력있는 영화들.
달달한 사랑에 빠진 청춘들의 내면을 차분하게 응시한 '디셈버'(감독 박정훈), 영화를 제작하는 청년의 일상을 코미디 감성으로 다룬 '힘내세요, 병헌씨'(감독 이병헌), 고전적 예술관을 추구하는 소년들을 영민한 카메라 움직임으로 포착한 '그로기 썸머'(감독 윤수익), 춤을 소재로 한 옴니버스 형식의 '춤추는 여자'(감독 박선일 등 5명)는 대안영화의 다양한 표정이다.
철거 위기에 놓인 마을에서 온기 나누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을 넉넉하게 담아낸 '할매-시멘트 정원'(감독 김지곤), 홍대 주변에서 자본의 논리에 저항하는 젊은 인디 음악인들과 주변인들의 삶을 유쾌하게 담아낸 '51+'(감독 정용택), 가부장제 인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조망한 '마이 플레이스'(감독 박문칠)가 한국 다큐멘터리의 얼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