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나는 의외로 가끔씩은 충동적이고 계획 없이 움직이는 것도 좋아한다. 얌전한 평소 성격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내 충동적인 행동은 대부분 '좋아하는 것'에서 나타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으로 충동적이었던 에피소드를 말해보자면 인피니트 성규의 솔로 데뷔무대를 보기 위해서 갑자기 서울에 갔었던 일일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성규가 솔로앨범 'Another Me'를 발매했던 추운 겨울이었다. 집 안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던 나는 갑자기 성규가 노래하는 걸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성규 팬이었던 동생이 나에게 '뽐뿌질'을 넣고 있었고, 나는 당장 용산으로 올라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다음 날이 공개방송 날이었기 때문이다.
익산에서 서울로 가는 일은 의외로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지방에서 서울로 공개 방송을 보러 가는 일은 대단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심야 열차여행이라고 할지라도 새벽 한시 기차를 타고 용산으로 가서, 한 시간 정도를 지하철을 기다린 다음에, 그 지하철을 타고 최대한 빨리 방송국에 도착해야 한다. 여섯 시에 인원체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하드한 스케줄을 감수하고도 성규 보기를 결정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충동'이 필요하다.
본래 소심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하는 내 성격으로는 절대로 연예인 하나 보겠다고 공개 방송을 뛰는 일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간간히 고개를 내미는 '충동'은 내가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충동이 없었으면 바티칸전을 보러 서울로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며, 어벤져스 4D를 보러 광주로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익산역에서 우리 집까지 걸어서 간 경험도 없었을 것이며 머리카락을 투톤으로 물들이는 경험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작법서를 읽어보면,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과 간접경험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경험해본 것이 있어야 글에 리얼리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기에는 성격이 매우 소심하다. 처음 하는 일을 할 때에는 심장이 너무너무 두근거려서 손을 움직이는 것조차 못하겠다. 여행을 갈 때에도 '혹시 모르니까' 라는 불안감 때문에 일단 내가 안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챙기고 본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간히 나오는 나의 충동에 따라 행동할 때, 나는 갑자기 용감해진다. 산책을 할 때도 막 골목길로 들어간다. 나는 길치이다. 일 년 정도 정해진 길로 다녀야 겨우 길을 외우는 정도다. 그렇지만, 길을 잃더라도 다른 길로 가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 갑자기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상황이 좋다. 머리가 비워지고 신선해지는 기분이 든다.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