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병원장, 원광대 총장 등 30여년이 넘는 긴 시간만큼이나 학교법인 원광학원에서 굵직한 활약을 했던 국내 의학계 거물 나용호(66) 박사가 익산 장문외과에서 제자들과 함께 제2의 의료인생을 시작하고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최초 대장내시경 도입, 쇄골동맥 삽관을 이용한 최초 응급 혈액투석, 최초 항문직장내압검사 등 화려한 이력과 기록 때문에 많은 주변에선 그가 서울 등 전국 유명 대형병원에서 새둥지를 틀 것으로 예측했지만, 예상을 완전 뒤집고 자신이 가르친 제자의 병원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의 전공인 내과가 아니라 외과병원을 전격 선택함으로써 주변으로부터 더욱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전국에서 빗발쳤던 수많은 제안 및 섭외를 뿌리친 채 소박하고 평범한 의료인의 삶을 선택한 나 박사를 만나 익산 장문외과에 새 둥지를 틀게 된 배경과 향후 계획 등 의료인생 제 2막의 설계를 들어봤다.
-제2의 의술을 펼치게 된 소감은.
"의사에겐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대학에서 교수로서 교육, 연구, 3차 진료를 담당하는 것과 개업을 통해 1차 진료를 하는 거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에서처럼 세상의 모든 일들은 결국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자기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고 한다. 교수는 개업을 하고 싶어하는 유혹이 생기고 개업의는 교수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들 한다. 가끔 도중에 개업을 해야겠다는 유혹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그동안 원광대학병원에서 교수로서 앞만 보고 달려 왔는데, 이제는 1차 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곳에서 남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약간 흥분된 상태다."
-전남 출신으로 익산 정착을 선택한 배경이 뭔가.
"정년이 다가 오면서 정년 후에는 어떻게 살까하는 수많은 생각들을 해 봤다. 사실 총장을 마친 후에 여러 병원에서 요청이 왔지만 일단 정년을 마친 후에 남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야겠다는 생각들로 지내다가, 지난 2011년 손자가 태어나면서 마음을 다 잡았다. 손자가 있는 익산을 떠나지 않고 익산에서 익산인으로 손자와 같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는데, 얼마 전에도 광주에서 요청이 왔지만 친구들이 많은 익산이 더 좋아 거절했다.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을 받은 곳은 광주이지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산 곳도, 여러 생각들을 굳힌 곳도 전북이다. 지낸 시간으로 따져도 익산에서 지낸 시간들이 많아 익산이 제 2의 고향이다. 이제는 친구들도 이곳에 있는 분들이 훨씬 많고 해서 전북 땅에 있으면 마음이 그냥 편하다."
-익산 장문외과는 어떤 병원.
"장문외과는 처음 제자들이 개원한 의원급 진료기관이다. 1997년 익산시 남중동에 항문외과의원으로 최성양 원장과 안해선 원장이 공동 개원해 전북 최초로 대장내시경검사와 치질, 치루, 항문주위농양 등 대장항문직장질환과 유방질환, 충수염수술, 담낭수술 등 전반적인 외과 질환을 진료하고 수술하는 병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2001년 익산시 영등동에 병원을 신축 이전해 지금의 장문외과가 됐다. 현재는 국내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최성양·안해선·이철종 선생 등 외과전문의 3명이 장문외과를 이끌고 있다. 이들 외과전문의들과 내과전문의인 내가 내과 질환 환자 진료와 건강검진을 담당하고, 소화기질환에 대한 전문 진료도 펼칠 예정이다."
-내과 전문의로서 외과를 선택한 이유는.
"원광대학병원에서 내과 중에서도 소화기분야를 담당했다. 소화기 분야 중 어느 분야를 하면 전국에서 1등이 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다. 우리나라에선 소화관 생리기능검사를 하고 있는 대학병원이 없어서 이쪽 분야를 선택해 우리나라에선 제일 처음으로 여러가지의 위장관 운동 생리검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병원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원광대병원이 시행하던 위장관 운동생리 검사법 등을 배우기 위해 국내의 유수한 대학병원의 많은 교수들이 나에게 연수를 다녀갔다. 다른 질환에서보다도 소화기 질환의 환자는 증상을 계속 호소하는데 여러 가지 검사상 아무런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은 경우가 굉장히 많다. 예를 들면, 오랜 설사 환자들 중 수소호기검사를 해보면 과민성 장 증후군이 아니고, 내당 불내성이란 병인 경우도 있고, 만성 변비 환자에도 여러 가지 검사에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에도 대장 운동생리 검사를 해보면 직장이나 대장의 기능 장애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대장의 기능이 잘못되어 나타난 병의 치료는 내과적 치료나 외과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들이 있다. 특히 장문외과는 대장질환 운동기능 장애성 질환의 외과적 수술을 아주 많이 하고 있다. 즉, 대장질환 전문병원이어서 대학병원에서 이루지 못했던 사업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이 병원을 선택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장문외과에 와보니 외과전문의들이 시술하고 있는 여러 기능성 질환의 치료나 골반저부 질환에 대한 일부 수술 등은 국제적으로도 앞서가고 있는 분야들로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런 질환들의 축적된 외과적 치료의 경험들을 국제학회에 발표해 전 세계 의사들과 이런 경험들을 공유하게 해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