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결 어루만지는 따뜻한 시선… 130여 편 추리고 추려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 퇴직하며 시선집 '사람은 사람이다' 펴내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75)에게는 두 개의 별칭이 있다. 하나는 '7층 문화부장', 또 하나는 시인이다. 언론사 생활 48년 간 교육청·도청을 들락날락했다고 해도 20년 이상을 문화부 터줏대감으로 살았다. 자신의 정치적 불편함을 감수하는 기사일 때도 기자에게 "(기사를) 빼 달라"는 부탁을 하지 못했지만, 현장에서 "기사다!" 싶을 땐 전화에 불이 나게 만드는 기자였다.

 

평생 고향을 지키며 소처럼 느린 걸음으로 뚜벅뚜벅 칠순 고개를 넘은 그는 전북 문단에서 두루 존경받는 시인이기도 했다. 누가 시를 쓰라고도, 어떻게 써야 한다고도 가르침을 받지 못했으나, 덕분에 이념·파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시를 써온 사람이었다. 평생의 호불호를 떠나 문단은 물론 전북 문화계의 대소사를 챙기는 따뜻함과 부지런함을 갖춘 '어른'. 14곳 시·군 문단의 살림살이부터 크고 작은 신간 청탁까지 기어이 다 챙겨줘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적 연민이 늘 있었다.

 

 

 

25일 김남곤 사장이 오랜 언론사 생활을 접는다. 지난 18일 기자들을 만나 그는 시선집'사람은 사람이다'(신아출판사)를 손수 건넸다. 시선집엔 늘 빨간펜을 들고 기사로 고민하던 그가 추리고 추린 시(詩) 총 130여 편이 모두어졌다.

 

"사람은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이다. 세 번만 입을 달싹거려 보십시오. 분명 사람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다른 무엇이겠습니까."

 

10년 전 전북예총 회장으로 전북일보 사장 제의를 받았던 때를 떠올리던 그는 "낡은 잣대로 다시 신문사로 들어오는 것이 괜찮을까 망설였다. 길어야 3~4년일 거라 생각하고 응낙했다. 그게 10년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

 

70대 언론사 사장으로 있기엔 나이론 실격일 수 있으나 신문을 향해 팔딱팔딱 뛰는 열정은 청춘이었고, 언론의 정도(正道)를 향하는 의지는 나이를 초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5년 전북일보 전신인 삼남일보로 입사해 살다가 더듬더듬 시를 타전하기 시작했던 그는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해 인간이 가진 36.5도 보다 더 온기있는 시들을 써왔다.

 

'당신은 날선 칼날 하나 들지 못하는 나의 허약 때문에 망초꽃 진지도 넘어뜨리지 못하는 무능하고 계책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진 몰라도 나는 망초꽃 나라의 정복자가 되느니보다 망초꽃과 동맹자가 되어 한눈을 팔면서 그 나라를 더욱 부강케 한 실은 어머니에겐 허상과 같은 사람이었다.' (시'어머니께' 중에서) 시인으로서 타인의 아픔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다는 자신에 대한 반성과 그럼에도 언론인의 삶은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는 데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인간적 고뇌가 삶의, 시의 화두.

 

그럼에도 그는 시선집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침묵했다. 침묵에 대한 아름다운 대답은 침묵. 문단에서는 그를 "거목(巨木), 거물(巨物), 대인(大人)"으로 비유했고, 오랜 지기인 이운룡 전북도립문학관 관장은 "김남곤은 사람이다"라는 최고의 헌사로 요약했다.

 

그는 오늘도 유일한 무기인 '정직'에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는다. 자신의 겸사대로 그는 일류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시를 향한 태도, 언론인의 자세만은 이류가 아니었다. 위 세대와 다음 세대를 모두 헤아리면서 삶의 결을 어루만지는 그의 시선집에 온기(溫氣)가 느껴진다.

 

전북문인협회·전북예총 회장·한국문인협회 이사와 한국예총 이사를 지냈다. 시집'헛짚어 살다가','푸새 한 마당','새벽길 떠날 때', 산문집'비단도 짖고 바수면 걸레가 된다',칼럼집'귀리만한 사람은 귀리' 등을펴냈으며, 전북문학상·전북문화상·한국문예상·목정문화상·진을주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