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 갑작스레 '프로그래머 카드'를 꺼내든 속내는 좀 복잡하다. 도는 박칼린·김형석 집행위원장 체재가 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 아래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두 집행위원장 업무를 대신할 프로그래머를 뽑겠다는 것.
도는 프로그래머로 인해 성장한 전주국제영화제와 통영국제음악제처럼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를 통해 소리축제를 발전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더욱이 올해 프로그래머가 기용되면 커다란 변화를 줄 순 없어도 소리축제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데다, 내년에 프로그래머를 추가로 들일 경우 '집행위원장 체제'가 아닌 '프로그래머 체제'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조직위는 도가 강조하는 프로그래머 인선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눈치다. 일단 조직위는 국악연주가·前 국악방송 PD·KBS PD·타악 연주가 등 4명을 후보로 압축시켜 저울질하고 있으나 대다수가 고사하거나 응낙하더라도 현 집행위원장과 호흡이 맞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조직위는 소리축제의 발전적 방향에 대한 고민이 먼저가 아니라 두 집행위원장과 호흡이 잘 맞을 수 있는 인물 위주로 후보군을 압축한 상태.
아직 임기가 남은 두 집행위원장과 전혀 맞지 않는 인물을 앉힐 수도 없는 조직위의 고충은 있겠으나, 집행위원장 코드에 맞는 사람들로만 섭외하는 것 자체가 과연 프로그래머 인선 의지가 있는지 의아한 대목이다. 박칼린·김형석 집행위원장은 소리축제 전반을 총괄하는 예술감독이 아닌, 일부 프로그램(개막 공연·김형석 With Friends)만 맡는 프로그래머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는 곧 축제 전문가도 없고, 축제의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도 없다는 뜻도 된다.
일각에서는 지역과 겉도는 축제가 되지 않기 위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연구자문위원회를 활성화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지역의 축제 경험이 있는 예술인들로 연구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발전방안을 논의하다 보면 지역의 목소리는 물론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를 유도해낼 수 있는 데다 각종 프로그램의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처럼 지자체와도 불통하는 소리축제는 '그들만의 축제'에 갇힐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