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행정실장 공금 횡령 계기로 본 학교 회계】학교장 감독 취약…주머닛돈 쓰듯

1인 행정실장 체제 공금 결제시스템 '구멍' / 전문 교육·상시 감찰 강화 투명성 확보해야

학교 공금 수천만원을 착복한 부부 행정실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가운데 학교회계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감독 체계 확립이 요구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일선 학교 2곳에서 각각 행정실장으로 근무했던 A씨(여)와 남편 B씨는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모두 9000여 만원의 공금을 유용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지난달 A씨를 해임하고 B씨에 대해선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직접 관리하는 통장을 이용해 돈을 수시로 넣다 뺐다 하기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도교육청은 A씨의 계좌 흐름을 조사하던 중 2억여 원 상당이 B씨의 통장으로 입금된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고 이들 부부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 상태다.

 

이들 부부가 수천만원의 공금을 개인 호주머니에 마음대로 넣고 쓰는 동안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회계 관리에 취약한 해당 학교장들은 속수무책이었다.

 

 

△ 회계 관리 구멍, 학교장 '눈 뜬 장님'

 

학교의 통장관리 등 회계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행정실장은 상대적으로 회계 업무에 취약한 학교장의 관리·감독 범위를 벗어나 있다.

 

학교장과 지역교육지원청이 매월 1차례 정도 확인작업을 하고 있지만 회계에 밝은 이들 부부처럼 언제든지 공금을 유용할 수 있는 관리 구조이다.

 

특히 행정실에서 통장 입출금을 하면 학교장의 휴대전화로 관련 내역이 전송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해당 학교장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장 연수 과정에서 회계 업무에 대한 교육이 미흡한 영향으로 교장들은 대부분 관련 업무를 행정실장에게 위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부 행정실장이 근무한 학교는 1인 행정실장 체제로 운영돼, 관리 감독이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 에듀파인 시스템 개선 및 학교장 대상 회계 관련 교육 강화

 

도내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학교장의 무지와 관심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도교육청지방공무원노동조합(지공노)은 "학교장 및 교감은 자신들의 업무를 아예 들여다보지 않고 숙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공노는 또 "관리자인 교장과 교감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이들을 적절하게 교육·지도해야 하는 도교육청의 연수프로그램이 실효성있게 진행됐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이와 관련 학교회계시스템의 개선과 상시감찰 강화를 통해 제기된 문제점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에듀파인 등 기존 시스템에서 1인 결재하던 것을 2중 결재 시스템으로 확대 구축한다.

 

이에 따라 교육금고상 일선 학교 회계통장 잔액 및 에듀파인상 학교예산 잔액의 일치여부를 상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 회계통장을 행정실장 혼자서 관리하다 보니 이런 공금 유용 사례가 발생했다"며 "학교회계시스템 개선을 통해 일선 학교 회계집행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승환 교육감도 2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김 교육감은 "학교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교장들이 학교 회계에 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더라면 이번 일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학교장에 대한 에듀파인 교육 강화 등 학교장들이 회계에 관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도교육청, 공직기강 확립 특별점검

 

도교육청은 28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이 기간 동안 산하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근무태만 등 공직기강 해이 및 불요불급한 예산낭비 방치 △인사경쟁자 음해 등을 위한 유언비어·허위사실 유포 및 인사청탁 △금품수수·이권개입 등 비위행위 및 민원처리 실태 △공무원행동강령 위반 또는 기타 공직자 및 공공기관 종사자의 품위에 어긋나는 행위 등을 중점 점검한다.

 

아울러 적발된 위법·부당사항은 엄중 문책해 공직사회의 경각심을 높이고, 지적사항을 산하기관에 전파해 유사사례 재발 방지에 힘쓰기로 했다.

 

또 감찰결과 도출된 문제점을 제도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등 사후 조치 및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