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할퀸 자리 아직도 흉물 방치

등산로·공원 등 피해목 7개월째 정비 안돼 / 도내 공공시설 복구공사 완료율 60% 그쳐

▲ 28일 전주 화산공원 등산로에 지난해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쓰러진 나무들이 방치되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강민기자 lgm19740@

28일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이주차장에서 대원사로 오르는 길에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져 있다. 지난해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쓰러뜨린 나무다. 등산로에서 몇 발자국 떨어져 있어 등산객들에게 직접적인 불편을 주지는 않지만 계곡사이에 걸려있는 피해목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적지않은 등산객들이 "아직도 나무를 치우지 않았네"라는 걱정스런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옮긴다.

 

같은 날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2가 화산공원에서도 지난해 태풍에 의해 쓰러진 나무들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었다. 일부 피해목은 쓰러지면서 드러낸 뿌리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화산공원에만 방치된 태풍 피해목이 170여그루에 달한다. 전주지역의 경우 화산공원 외에도 기린공원, 인후공원 등에 대한 피해목 복구작업이 아직도 진행중이다.

 

지난해 8월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한반도를 강타하며 전북지역 곳곳에서 적지않은 인명·재산피해를 입힌 가운데 7개월이 지나도록 피해복구가 마무리되지 않아 지역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8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태풍 '볼라벤'과 '덴빈' 등 태풍과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전북지역에서는 총 1126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재산피해액의 경우 공공시설 275억원, 사유시설 854억원 등이었으며, 정읍·남원·김제·완주·고창·부안 등 6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었다. 2개의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전북지역 태풍 및 집중호우 피해액 가운데 역대 3번째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날 현재 공공시설 복구공사 541건 가운데 완료된 공사는 324건으로, 복구완료율은 60%에 불과했다.

 

전북도는 10억원 미만 복구공사에 대해서는 다음달말까지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지만, 시·군별로 복구완료율이 제각각이어서 또 다른 피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정읍 만제지구 침수공사 및 순창 쌍치 방산천 복구공사 등 10억원 이상의 12개 복구공사 현장은 우기가 겹치는 6월에나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 A씨(52·여)는 "태풍이 지나간 지 반년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도 태풍의 흔적이 남아있다"면서 "등산로에서 흉칙하게 쓰러진 나무들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린다"고 말했다.

 

이에 전북도 관계자는 "지난해 태풍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도민들에게 직접 불편을 주는 태풍피해에 대해서는 복구공사를 마무리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도 "자치단체예산으로 태풍피해목 해체에 나서면서 등산로 정비가 다소 늦어졌다"면서 "가급적 올 상반기안으로 복구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