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경천면 김두순씨】참매실·감·대추 발효식품으로 익어가는 '부농 꿈'

주민들과 농사 수업·정보 교환 / 효소·장아찌 등 가공제품 연구 / 로컬·와일드푸드 직거래 계획

▲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로 귀농한 김두순씨가 꽃봉오리를 막 터뜨린 매화꽃을 손질하고 있다.

인생 황혼기 부부가 귀농·귀촌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경우, 대개 남편은 농촌 지향적인 성향을 보이는 반면 부인은 도시적인 삶을 원하는 사례가 일상적이다.

 

하지만 김두순씨(56) 부부는 그 반대이다. 김씨는 농촌생활을 그리 달갑지 않게 여기던 남편을 꼬드겨, 농토를 산 것도 모자라 아예 번듯한 집까지 지었다.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에 자리 잡은 전원주택을 묻고 또 물어 찾으니, 김두순씨가 활짝 웃으며 반긴다. 주위를 둘러보니 꽃봉오리를 막 터뜨리기 시작한 매화나무 꽃에 둘러싸인 집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난생 처음 농사꾼의 길

 

"젊은 시절 남편과 함께 완주군 신흥계곡 일대에 자주 등산을 오면서, 눈에 딱 들어오는 땅이 있었어요. 그 곳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면서 결국 땅 매입으로 이어졌죠."

 

무작정 좋아 사들인 땅에서 김두순씨는 남편과 함께 주말마다 이곳을 찾아, 컨테이너 박스에서 휴식을 취하며 나무 가꾸기에 빠져들었다. "매입한 땅에는 이미 심어진 감나무가 있었습니다. 나무를 둘러보던 중 땅 밖으로 노출된 뿌리가 가여워 듬뿍 복토작업을 벌였어요. 그런데 감나무들이 시름시름 죽어갔습니다. 동네 농부에게 물으니 감나무는 그렇게 키우는게 아니라는 거에요." 평생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는 왕초보 농부의 비참한 실패극이었다. 농삿일의 노하우를 하나씩 배워나가던 김두순씨는 8000여㎡(2500여평)에 매실나무를 심었다. 봄이면 누구보다 먼저 피어나는 매화꽃도 즐기고, 매실로 만든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볼 요량이었다.

 

▲ 다양한 효소 가공식품

실패에 실패 거듭한 초보자

 

농사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곳 저곳 매실나무에서 장송곡이 흘러나왔고, 메말라 죽는 나무 숫자가 늘어만 갔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에 충실했던 늦깎이 농부는 2011년 이곳에 아예 살림집을 짓고 삶의 공간을 옮겼다. 익산에서 플랜트 사업을 하는 남편 박성전(58)씨는 부인이 만든 완주군 경천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출퇴근했다.

 

처음엔 농촌생활이 달갑지 않았던 남편이 주말이면 팔을 걷어붙이고 농삿일에 뛰어들었고, 이젠 제법 농사꾼 자세도 갖춰나갔다. 나무 관리와 잔디 관리에 쉴 틈이 없으면서도, 언제나 입가엔 미소가 그치질 않는다.

 

부부가 15년이란 세월 동안 키워낸 나무는 감나무 100여 그루, 매실나무 100여 그루, 대추나무 50여 그루이다. 특히 이들 부부가 기르는 매실은 희귀한 품종인 참매실. 아는 이들마다 앞다퉈 예약, 재고가 남아날 시간조차 없다.

 

△이젠 2차산업으로 진출

 

판매 품목도 단순한 생과에서 가공식품으로 확대 되면서 부가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김두순씨가 현재 취급하는 품목은 매실 효소·곶감·말린대추·민들레장아찌·매실장아찌·쑥선식 등이다. 단순히 과실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이를 가공한 제품들이다.

 

가공식품도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냥 말리면 곶감이 만들어 지는 줄 알았어요. 햇볕 좋은 날 감을 깎아 말렸는데, 곶감도 되기 전에 감이 흐물거리며 변질 되었어요. 공부하는 농사꾼만이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감도 깎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 걸 뒤늦게 안 초보 농군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 텃밭과 어우러진 전원주택

△농사 공부에 나선 농사꾼

 

김두순씨는 완주군농업기술센터가 해마다 운영하는 순환농업대학의 발효식품 과정에 2011년 입학해 효소 만드는 방법을 공부했다. 1년 과정으로 진행된 농업대학도 성에 차지 않아 지난해 두 번째로 농업대학에 입학했다.

 

여기에서 배운 기술은 매실효소 생산으로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배운 발효 관련 지식이 체계화되면서 매실효소도 고품질화 되었다.

 

내친 김에 창업교육까지 이수했다. 김두순씨는 지난해 완주 거점가공센터의 아카데미 창업교육에 참여해 농업을 산업화하는 지식을 익혔고, 센터가 보유한 설비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로컬푸드·와일드푸드 연계

 

김두순씨의 제품은 알음알음으로 이어지며 전국망을 구축했다. 한번 맛본 사람들의 추천으로 서울·경기도 등 수도권을 비롯 경상도까지 진출했다. 전주 등 전북권은 물론이다.

 

또 지난해 열린 와일드푸드축제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한편 로컬푸드 1번지인 완주군이 구축한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도 시식회를 벌였다.

 

아직도 수입면에선 걸음마 단계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한걸음씩 나아갈 요량이다. 김두순씨의 현재 한달 평균 매출액은 100여만원을 막 넘어선 수준.

 

"경제적 측면서 살림이 여유롭지는 않지만 농촌에 산다는 즐거움, 여기에 더한 삶의 질 향상에 만족한 인생 후반기를 맞고 있습니다." 귀농·귀촌인에겐 경제적 잣대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다.

 

귀농을 결심하려는 사람에겐 주민들과의 소통도 큰 난점. 김두순씨는 마을주민들에게 농사 수업을 받으면서 친분을 유지하는 한편 운주면 지역 귀농·귀촌인들의 모임에 참가, 농사 정보와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