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을 개척한 뒤 어렵게 본궤도에 올라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엔저현상이라는 초대형 태풍이 닥칠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죠."
2일 전주시 덕진구 강흥동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로즈피아 장미 선별장의 모습은 외관상 분주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본으로 수출할 장미를 선별하는 직원들의 표정은 걱정과 근심이 가득했다.
엔화 가치는 낮아지고 원화가치는 올라가는 이른바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출하물량의 90%를 일본에 수출하는 로즈피아가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무런 대비책 없이 엔저현상에 노출돼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로즈피아는 동일 수출 물량에 비해 수익이 20%나 감소, 수출 품종 전환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로즈피아는 2002년 일본 300만 달러 수출을 시작으로 2012년 말 현재 1800만 달러 수출로 무려 6배나 성장했고 올해는 2000만 달러를 목표치로 잡았다.
그러나 결제수단을 엔화로 사용하는 로즈피아는 엔저현상의 영향으로 도내 30여개 일본 수출 기업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어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로즈피아 회원사는 130농가로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780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엔저 폭탄'으로 수익이 급감하면서 자칫 근로자 감축이란 후폭풍의 우려도 높다.
로즈피아가 일본에 수출하는 장미 1송이 가격은 일본에서 우리나라 돈으로 1300~1500원(소비자가)에 거래된다.
여기서 남는 마진은 인건비와 운송비용 등을 제외하고 400원 정도였지만 이번 엔저현상 여파로 마진이 평균 150~200원이 감소했다는 게 로즈피아 측의 설명이다.
로즈피아는 이 같은 직격탄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수출 물량을 줄이고 국내 내수시장을 넓히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또한 엔저현상이 장기화 될 경우 수출 품종 변환을 통한 타시장 개척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심은 모두 미봉책으로 범정부적인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로즈피아 측의 바람이다.
로즈피아 정화영 대표는 "어렵게 일본 시장에 진출해 이제 안정기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대비치 못한 뜻밖의 변수에 법인 존립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법인 설립 이후 매년 7%의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는데 최근 4개월 동안 불어 닥친 엔저현상으로 인해 이익이 날아갔다"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이어 "국내는 시장구조가 협소해 생산물량과 기후 등에 따라 가격이 폭락과 상승을 반복, 변수가 많아 고집스럽게 수출을 목표로 달려왔다"며 "엔저현상이 장기화 될 경우 수출 품종 전환 등이 불가피하고 여기에 따른 근로 인원 감축 등이 예상되는 등 농가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 대표는 특히 "엔저현상은 비단 우리 일이 아닌 국내 전체 화훼 농가의 문제로 범정부적인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환변동보험은 들어 있지만 이번 엔화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 보험이 별다른 실효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