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폭력 반드시 뿌리 뽑아야

이석현 완주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성폭력 당하는 그 순간 눈 똑바로 뜨고 범인의 얼굴을 쳐다보아라. 범인 얼굴을 기억해야 잡을 수 있을테니…. 곱슬머리인지, 사각턱인지, 구렛나루를 길렀는지. 할 수만 있다면 그를 특정할 수 있는 모든 단서를 놓치지 말라."

 

이게 현실에서 가능할까? 아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른바 조두순 사건의 피해 아동 나영이는 사건 직후 직접 112에 신고했고 경찰에 구체적으로 인상착의를 알려 몽타쥬를 작성 바로 검거토록 했다. 또한 작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나주 여아 납치 성폭행 사건 피해 아동도 "범인이 짧은 스포츠머리에 어두운 색의 반팔 상의와 바지를 입고 있었고 자신을 삼촌으로 부르라 했다."고 진술해 하루반만에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 두려움과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잡게 이끈 그녀들의 용기와 강한 정신력에 다시한번 박수와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범인을 정확히 볼 수 없을뿐더러 심리적 불안감과 영혼 살인에 따른 후유증으로 범행 당시를 기억하기조차 어렵다. 어쩌면 왜곡된 성문화와 성차별적 사회구조, 수사기관의 조사과정과 재판시 2차 피해를 입게 될까봐 신고조차 꺼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만 13세 미만 아동에게 저질러지는 성폭력의 경우 비면식범보다 아는 사람에 의해 주로 발생하고 있으며, 그러한 친족성폭력은 가해자에게 생계를 의존해야 하거나 전통적 권위와 물리적 힘에 눌려 지속적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신고를 회피하는 등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재판부는 친부로부터 12살때부터 성폭행당한 딸이 심리적 억압상태로 인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 진술의 일관성을 중시하는 종전 태도를 바꿔 그녀의 진술번복에도 불구 친부의 죄를 인정했다.

 

오는 8일은 여성의날이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한 은수연씨의 수기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를 통한 담담한 자기 고백앞에서 많은 이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친부의 상습적인 가정폭력 그리고 무려 9년에 걸친 친딸 성폭행….

 

조국 서울대 교수는 책소개 인터뷰에서 친족성폭력이 발생하면 가족은 숨기려 하고, 국가기관은 피해자의 구원요청을 의심한다고 했는데 혹시 오해라도 살 언행은 없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전북 경찰도 이러한 아동 성폭력 방지에 적극 발벗고 나서 성폭력특별수사대 발족, 원스톱지원센터 내실화, 아동안전 지킴이 확대 운영, 아동 성범죄 경력자에 대해 전담경찰관 지정을 통한 재범 방지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더욱 반가운 소식은 새정부에서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을 4대 악으로 규정, 발본색원코자 경찰관 2만명 증원을 약속하였다는 점이다.

 

한 올의 실로는 줄을 만들 수 없고, 한 그루의 나무로는 숲이 되지 않는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이제 사회는 놀랍도록 진화해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우리 모두 눈 크게 뜨고 어린아이들이 밝고 명랑하게 잘 자라고 있는지 늘 살펴, 더 이상 이 땅에 슬픈 역사가 다시 씌여지지 않기를 강력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