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가꾼 도심 생태공간 지자체 방치로 생명력 시들

전주 완산칠봉 습지…나뭇잎 쌓여 조류 발생

▲ 전주 안행지구 완산칠봉 생태습지에 습지를 둘러싼 울타리가 부서져 있는 등 공원의 관리가 부실해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전북지역 유일의 도심 생태습지인 전주 완산칠봉 생태습지가 자치단체의 무관심으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전주시 효자동 완산칠봉 인근의 생태습지. 이 습지는 관리가 되지 않아 나뭇잎이 쌓이면서 생태계를 위협하는 조류가 생겼다. 번식력이 강한 부들이나 줄 등의 식물도 눈에 띄었다. 또 습지 한쪽에는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 등이 있었고, 주변에 설치된 습지 보존을 위한 울타리도 부서진 채 방치돼 있었다.

 

이날 취재가 시작되자 전주시는 뒤늦게 인력을 동원해 조류를 걷어내고 습지 주변을 청소했다.

 

이 습지는 '완산칠봉을 사랑하는 모임(완사모)' 등 시민들이 모은 성금으로 지난 2005년 조성됐다. 1998년부터 이 곳에서 쓰레기 줍기 등의 환경활동을 벌이던 시민들은 습지보전을 위해 2002년 9월부터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자연신탁국민운동)을 시작했고, 3년여에 걸친 노력의 결과로 습지가 조성됐다. 당시 200여명의 완사모 회원들은 주변습지 1540㎡(470평)의 부지를 매입하기 위한 비용(1000만원)마련을 위해 등산객, 종교기관 등을 찾아다니며 '1구좌 1만원'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습지는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종인 고려집게벌레 등 각종 곤충과 조류, 식물이 서식하는 등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완사모 회원들이 줄면서 전주시가 지원하는 월 15만원으로는 관리가 어렵게 되자 완사모는 지난해 습지를 전주시에 무상으로 기부했다.

 

그러나 이처럼 시민들의 힘으로 조성·관리돼 온 도심 생태습지는 자치단체로 넘어온 이후 행정의 무관심 속에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습지에 부착조류가 번성하게 되면 먹이원이 되기도 하지만 물속에 산소부족을 일으키게 된다"면서 "이에 올챙이와 물고기 서식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습지에 조류가 생기지 않도록 1년에 1~2회 쌓인 나뭇잎을 걷어 내야 한다"며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주시 관계자는 "이 생태습지는 무상 기부된 뒤 구청 공원관리계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주변에 설치된 시설만 관리할 뿐 습지에 대해서는 관리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수시 순찰을 통해 청소 등 관리하고, 보완점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