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의 성폭행 사실은 교직원의 제보가 계기였다. 2005년 6월 장애학생 8명 이상이 상습 성폭행 당했다는 제보가 장애인 성폭력상담소에 들어왔다. 26개 시민단체로 대책위가 결성됐고 그해 11월 전 행정실장과 재활교사 등 두명이 구속됐다. 국가인권위도 임원 해임을 권고하고 추가 가해자 6명을 고발했다.
그러나 적반하장. 재단은 2007년 성폭행 혐의로 직위해제됐던 교직원을 복직시켰다. 대책위 참여 교사들을 파면 및 임용 취소하고 정직· 감봉 등의 징계를 먹였다. 사태를 처음 외부에 알린 보육사도 해임시켰다. 징역 5년이 구형된 성폭력 전임 교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아 '자유인'이 됐다. 행정실장도 집행유예를 받았다.
2011년 9월 개봉된 영화 '도가니'는 모순 투성이의 이 사건을 도가니로 몰고갔다. 장애인 인권유린과 우월적 지위자의 인면수심, 솜방망이 처벌을 고발했다. 국민적 공분이 일었고 재수사를 끌어냈다.
최근 도내 한 장애인 시설의 여성장애인 9명이 성폭력 당했다는 추가 증언이 나왔다. 지난 연말 사건이 터졌던 그 시설이다. 그런데 경찰이 지적 장애인의 구증(口證)을 구증(具證)하는데 애를 먹는 모양이다. 하지만 진술이 너무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만지고, 옷 벗고…, 집어넣었어요. 안할라고 했는데 끝끝내 무섭게 하면서…. 배에 올라탔어. 바지 벗었어."
지적 장애인들은 상담사 한명이 한달 정도 같이 생활하면서 친숙해져야 비로소 입을 연다. 그런 뒤 현장을 찾아 구증(口證)한 내용을 확인한다. 이런 식으로 구증하는데 이 과정이 너무 힘겹다. 경찰이 인내하면서 의지를 갖고 수사해야 할 대목이다.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가 전북경찰청 앞에서 이어지고 있다. 수사가 어리벙벙했다간 자칫 '전주판 도가니'로 번질지도 모른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