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근대역사경관조성지구 '고우당'】일본식 가옥·다다미방 체험…망국의 세월 '시간여행'

도심속 새로운 명물 각광 / 주변 월명공원 풍광 일품 / 탁류길 등 도보여행 제격

▲ 군산시가 심혈을 기울여 군산시 월명동에 조성한 근대역사체험지구의 시대형 숙박체험 시설인'고우당'이 군산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르며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군산=오균진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군산의 벚꽃들이 꽃망울을 머금은 채 봄을 시샘하는 바람과 맞서며 만개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만개하는 순간도 잠시, 어느새 지난 겨울 내리던 새하얀 눈처럼 흩날리며 지나간 추억이 돼 버린다. 겨울에서 바로 여름으로 넘어간다는 군산의 봄은 유독 짧기에 벚꽃은 그만큼 화려하다.

 

하지만 모진 바닷바람을 등지고 있어 아직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벚꽃을 기다리며 어느 봄날 하얀 꽃잎이 흩날리는 거리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번 주말 친구와의 기억을 차표 삼아 군산 월명동 '고우당(古友堂)'에서 그때 그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나 보자.

 

△탁류길 따라'고우당'가는 길

 

군산의 명품 도보여행 코스 구불길 중 6-1길인 탁류길은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기점으로 원도심을 순환하고 있다. 탁류길은 백릉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인 군산 원도심을 중심으로 곳곳에 산재한 근대문화유산과 빼어난 월명공원의 풍광 등 군산의 멋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도보여행길이다.

 

탁류길은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함께 옛 군산세관, 옛 장기18은행, 옛 조선은행, 내항 뜬다리 부두, 진포해양테마공원, 월명공원, 동국사, 부윤관사, 일본식 가옥 등 근대문화유산으로 가득하다.

 

근대역사박물관을 출발해 해망굴을 거쳐 월명공원 수시탑에 오르면 항구도시 특유의 비릿한 내음과 함께 금강을 사이에 두고 시간이 멈춘 듯 서있는 군산 해망동 일대 항구와 장항제련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산책로를 따라 군산여고 쪽으로 내려오면 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 등을 촬영했던 신흥동 히로쓰 가옥에 이어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을 만난다. 이어 국내 최고(最古) 제과점 '이성당'에서 군산의 맛을 느끼고 동국사를 향해 걷다 보면 탁류길의 중간 지점인 '고우당'에 이른다.

 

△옛 친구의 집 '고우당'

 

옛 친구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고우당'은 군산시가 조성한 근대역사체험지구 1권역에 자리한 시대형 숙박체험 시설이다. 기존 일본식 가옥을 복원해 시스템 냉·난방시설 등 현대식 편리함과 조화를 이룬 5동 21실의 다다미방은 이국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숙박시설 이외에도 카페테리어, 주점, 식당, 특산품 판매점 등이 총 2928㎡ 부지에 10채의 일본식 가옥으로 단지화 돼 군산 최초의 게스트하우스로 민간위탁돼 지난해 10월 29일 개장했다.

 

'고우당'은 단지 중앙에 연못을 중심으로 소나무 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도심 속 정원을 품고 방문객들을 맞는다. 탁류길을 걸으며 몸에 밴 땀도 식힐 겸 이곳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는 어느새 오래된 친구의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된다.

 

시장기를 느낀다면 식당에서 가정식 래시피로 맛을 인정받고 있는 돈까스나 우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일본식 가옥과 다다미방에서의 하룻밤은 이국적인 체험과 함께 과거 일제강점기 시대의 아픔을 되새기고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역사의 현장이 된다.

 

△군산의 새로운 명물 '고우당'

 

개장 당시, 관광객들이 숙박을 위해 이곳 시대형 민박을 찾을까 하는 우려는 한달만에 기우로 끝났다.

 

12월 방학이 시작되면서 기차여행에 나선 대학생들이 하나 둘 고우당을 찾으면서 저렴한 숙박료는 물론 지척에 있는 근대 역사물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소문은 블로그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월 초 서버가 다운되는 등 고우당 홈페이지 평균 조회 수는 일일 1만8000여건을 넘으면서 평균 객실 가동율 70%대로 숙박예약은 필수가 됐다.

 

숙박료는 2~3인용 게스트하우스가 평일과 주말 관계없이 1인 1만5000원, 2인1실은 평일 3만2000원, 주말 4만원으로 저렴하다.

 

펜션형(5인용)도 평일 10만4000원, 주말 13만원으로 인기를 끌면서 가족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근대문화유산이 장년층 이상 세대의 전유물이라는 상식은 이곳 고우당에서 여지없이 깨진다.

 

이곳을 찾는 숙박객 80%가 20대라는 것이 고우당 김문수(46) 사장의 말이다.

 

김 사장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배낭여행을 즐기는 20대들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장년층들의 추억이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며 "군산역이나 버스 터미널과 연계하는 교통체계와 이들 세대들이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월명동과 영회동 일원에서 진행 중인 근대역사경관사업에서 고우당과 이성당이 양당체제(?)를 형성하며 군산의 멋과 맛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우스갯 소리를 했다. 개관 5개월여 만에 한국관광공사 지정 우수숙박 브랜드 '굿 스테이' 실사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우스갯 소리만은 아닌듯 하다.

 

김문수 사장은 "고우당이 단순한 숙박 체험시설을 넘어 인근 근대문화유산들과 함께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