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가 칼국수지 별거 있겠느냐고요? 한번 맛보면 잊지 못하는 맛의 비법은 조리법을 공개해도 흉내 낼 수 없는 정성에 있죠."
전주시 완산구 교동 85-1에 있는 베테랑은 1977년 故 김정기·김향임(61)씨 부부가 처음 문을 열었다.
베테랑이란 이름은 故 김정기 씨가 소련의 베테랑 조종사를 소개하는 뉴스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만들어졌다.
프랑스어인 베테랑(veteran·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의 의미를 알게 된 故김정기 씨가'나도 베테랑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이곳의 역사가 시작됐다.
사실 베테랑은 처음엔 라면, 냉면 등을 파는 분식집이었다. 김향임 씨가'비싼 라면을 대신할 메뉴가 없을까?'생각하다가 만들어진 메뉴가 지금의 칼국수다.
지금은 칼국수 외에도 쫄면, 만두 등 3가지 메뉴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칼국수 면과 깨, 달걀, 김이 넉넉하게 들어간 칼국수의 매력은 툭툭 끊어지는 면발에 매력이 있다. 또 속이 훤히 비치는 얇은 피의 만두는 깨물었을 때 입안에 퍼지는 고소한 육즙이 일품이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의 칼국수를 처음 맛본 사람들은 혹평하기도 하지만 3번 이상 먹으면 100% 중독될 정도로 독특한 맛이 있다고.
현재 베테랑은 김향임씨와 아들 김은성 씨(37)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김은성 씨는 이런 유명세에도 어머니가 그만두려고 결심, 4년 전엔 아예 가게를 내놓은 적이 있을 정도로 조리 과정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서울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던 김은성 씨는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 이젠 그야말로 베테랑이 됐다.
한옥마을이 유명해지면서 한 달에 찾는 손님 수도 3만 명으로 늘었다.
인터넷에 소문이 나면서 '칼국수 한 그릇 먹기 위해 전주에 왔다''베테랑 칼국수 진짜 베테랑이셔' 등 재미난 글들이 올라올 정도다.
베테랑이 특별한 이유는 이런 유명세에도 대부분 '이름 좀 있다'하는 맛집이면, 있을 법한 유사 음식점이 없다는 데 있다. 대표 메뉴인 칼국수 조리법을 아는 사람은 25년 차 주방직원을 포함해 5명.
김 대표는 "사실 가게에서 일하던 사람이 비슷한 가게를 잠깐 낸 적도 있었다"며"가게로 돌아온 직원이 '똑같은 조리법으로 만들어도 같은 맛이 나오지 않는다'고 속마음을 털어놔 함께 웃었다"고 귀띔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맛의 비법은 좋은 재료와 정성에 있다. 특히 베테랑이 고집하는 국산 재료와 사계절 내내 새콤한 맛으로 유명한 무는 신선한 보관을 위해 별도의 저온창고까지 마련했다고.
"전통을 지켜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도민들이 오랜 시간 찾아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영광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김 대표는 가게를 물려받은 뒤 손님이 부쩍 늘어 힘은 들지만, 고객들이 알아준다는 생각에 힘을 얻는다고 했다.
아버지가 남몰래 인근 학교 학생들을 위해서 내놓았던 장학금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그의 꿈은 베테랑의 전통을 대대손손 이어가는 것이다.
김 대표는 "유명세를 얻었지만, 가게 한번 떠나지 못하고 일해왔던 어머니는 '뭐가 좋아 이 고생을 손주에게까지 물려 주려고 하느냐'고 타박을 주기도 한다"며"가까운 미래에 아들과 함께 일하는 모습을 그리며 꾸준히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