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낭산면 폐기물재활용업체인 (유)녹원과 익산시가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하수슬러지를 활용한 폐석산 복구 여부를 둘러싸고 한치의 양보없는 혈투에 들어간 이들의 대립은 급기야 법정다툼으로까지 치달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양상이다.
(유)녹원은 기술력과 품질의 우수성으로 정부로부터 GR인증까지 받은 친환경적 제품을 폐석산 복구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서는 것은 일방적이자 전형적인 행정의 횡포라며 크게 분개하고 있다. 반면 익산시는 폐석산 복구는 흙과 석분만으로 활용 가능하다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법정다툼에 앞서 서로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 (유)녹원측 주장
- 지역 석재산업 발전 이끌어갈 새로운 소재 / 환경부서 이미 허가…익산시 행정의 횡포
◇녹원 주장
△녹원 친환경 기술력 획득, 산적한 폐석산 복구문제 묘안
(유)녹원은 하수슬러지를 활용해 폐석산을 복구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폐기물재활용업체다.
녹원이 개발한 '하수슬러지를 활용한 폐석산 복구용 고화물'은 지난 2월 지식경제부로부터 GR인증을 획득하면서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지식경제부는 이 제품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과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의 규정을 충분히 충족한 매우 우수한 재활용 제품이라며 인증 배경을 밝혔다. 특히 이 제품은 제품명을 '폐석산 복구용 고화물'이라고 사용처를 특정하면서 석산 복구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석재산업이 유독 발전한 익산지역은 앞으로 석산 수백만㎡, 복구할 매립량 수천만㎥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녹원의 폐석산 복구용 재활용 제품 개발 및 GR인증 획득은 지역 석재산업 발전을 이끌어갈 새로운 희망으로 까지 여겨지기도 했다.
앞서 녹원은 지난 2008년부터 하수슬러지의 수분을 줄여 자체 개발한 첨가물을 통해 고형화하는 기술력으로 매립장을 복구해왔다.
그간에는 민간연구원의 건마크를 획득해 복구해왔지만, 익산시가 정부의 KS나 GR인증, 환경마크 중 하나를 획득한 뒤 복구할 것을 명령하면서 마침내 녹원은 GR인증 획득에 이르게 됐다.
△폐기물 복구여부는 환경부에서 해석, 익산시 자의적 해석말라
하지만 익산시는 녹원에서 GR인증을 받는 기간 동안에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돼 녹원 제품의 폐석산 복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느닷없이 밝히면서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됐다.
녹원이 GR인증을 받았지만, 그 이전에 법이 개정되면서 익산시가 승인해줄 규정이 없어졌다는 게 익산시 주장이다.
이에 대해 녹원은 곧장 폐기물관리법의 주관부처인 환경부에 질의를 통해 이같은 과정을 설명한 뒤 허가의 유지와 폐석산 복구 가능여부를 질의해 "이미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는 해석을 받아냈다.
녹원 유종희 대표는 "지난 1일 환경부의 회신에서 (유)녹원은 이미 재활용 허가를 한 것으로 본다는 해석을 받았다"며 "익산시가 산림법 문제를 들고 있지만, 환경부에선 산림법을 해소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익산시의 사업제재 방침은 너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산림청은 폐기물의 석산 복구 가능여부를 환경부에 질의해 환경부가 이미 허가한 사항이라는 회신을 보내왔는데도, 익산시는 이를 숨기고 막아서고 있다"면서 "익산시가 부디 관내 유망 중소기업의 날개를 꺾지 않도록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고 거듭 지적했다.
아울러 녹원은 "이같은 억울함을 최근 청와대, 국민권익위,감사원 등에 호소하자 익산시가 급기야 녹원이 가지고 있던 건설골재(흙골재)에 대한 허가내역을 직권으로 삭제하는 등 감정적인 행정처분까지 감행하고 나서 다시한번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익산시 주장
- GR인증 폐석산 복구용 市 당초 조건과 달라 / 현행 산림법엔 흙·석분만 가능…불허 처분
◇익산시 주장
△현행 산림법 위반, 허가해 줄 규정 없다
익산시는 녹원이 GR인증을 받는 기간동안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당장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산에는 석재산업이 활성화되면서 폐석산이 방치되어가고, 앞으로 복구할 석산이 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지만, 법적으로 재활용 제품으로 석산복구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녹원의 강력한 요구에 익산시는 크게 3가지 명분을 내세우며 허가를 막아서고 있다. 먼저 익산시와 녹원의 갈등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익산시는 폐기물 재활용신고업체의 시험생산에 대한 민·관 합동점검에서 '흙골재 품질지침서'에 의한 구리(Cu)가 기준치를 초과한 사실을 적발했다.
익산시는 이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녹원에게 기준치 이내로 성토재를 재생산할 것과 관계법령에 의한 인증서 제출(KS, GR마크, 환경마크 중 하나)을 명령했다.
녹원은 행정처분을 받은 뒤 KS와 GR마크를 획득하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고, 지난 2월 GR마크를 획득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9월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폐기물 재활용 기준 및 구체적인 재활용 방법'이 신설되면서 하수슬러지의 석산 복구 가능여부가 명시되지 않았다.
익산시는 이처럼 법적인 해석이 없어서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을 첫 번째 불허 사유로 들고 있다.
△녹원 자의적 해석이 부른 오해가 쌓여
두 번째는 녹원이 최근 획득한 GR인증이 익산시가 당초 허가한'매립시설 복구용 고화토'가 아닌'폐석산 복구용 고화토'이기 때문에 당초 허가조건과 다르다는 점을 내세운다. 2009년 행정처분에 따른 매립시설 복구용 고화토의 GR인증이라면 허가가 가능하지만 녹원은 폐석산 복구용 고화토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같은 사업영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세 번째는 산림법 해석을 들고 있다.
산림청은 '폐석산을 복구하기 위해선 다양한 방법과 재활용 제품을 명시했고, 여기에 속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는 것. 현행 산림법에서 석산복구는 양질의 흙과 석분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익산시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면서 불허처분을 내놓고 있다.
익산시 하윤 환경녹지국장은 "법적으로 허가를 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면서 "정부의 추가 인증을 요구한 것은 폐석산 복구를 위한 게 아닌, 매립장 복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업체의 자의적인 해석이 오해를 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전망 및 쟁점
하수슬러지를 활용한 폐석산 복구 여부를 두고 녹원과 익산시는 절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익산시의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하루아침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받고 있다는 녹원은 전 사원이 똘똘뭉쳐 사활을 걸고 나섰고, 익산시 역시 올바른 행정 집행에 따른 명분에서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를 드러내고 있다.
서로의 정당성을 앞세우고 있는 가장 큰 쟁점사항은 우선 산림법에 대한 엇갈린 해석이다.
익산시는 현행 산림법과 폐기물관리법에서 녹원이 획득한 GR인증으로 폐석산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산림법에선 흙과 석분으로만 석산복구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산림법의 예외규정에서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별표5의2에 한정하고 있다는 것.
반면 녹원은 행정행위의 일관성을 일단 지적한다. 상위법인 환경부에서 제품 사용을 인증했는데도 하위법인 산림법을 근거로 행정처분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산시에서 GR인증을 획득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고, 이를 이행한 만큼 당연히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녹원은 정부가 '폐석산 복구용 고화물'이라는 우수재활용제품 인증서까지 내준 것은 정부에서 조차 폐석산 복구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린 것이기에 자신들의 주장이 결코 억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최근 폐기물관련기준을 제시하는 환경부에서도 녹원은 '이미 허가한 것으로 본다'는 해석까지 내놓은 만큼 당연히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또한 산지관리법 39조4항을 보면 토석과 폐기물관리법에 의한 재활용제품을 복구용으로 얼마든지 사용할수 있다고 엄연히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익산시는 이를 들여다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어 억울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녹원은 익산시의 또다른 불허 사유로 주민들의 민원 발생을 내세우고 있으나 최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 조용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녹원은 익산지역 대다수의 석산업 관계자들이 녹원에서 개발한 친환경적 제품으로 폐석산을 복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민심을 살펴 익산시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따라서 양측의 이번 대립은 앞으로 있을 법적다툼을 통해서 가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극적 협의도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 GR인증은?
GR(good recycled) 인증은 국립기술품질원의 자원재활용 기술개발센터에서 우수 재활용제품에 부여하는 인증규격이다.
국립기술품질원이 1998년부터 도입했고, 현재는 지식경제부에서 공식 인증서를 수여한다.
정부는 GR인증을 통해 기존기술의 개량이나 개선,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인증된 재활용제품에 대해선 다양한 정부지원과 공공기관의 구매 장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GR마크가 붙은 제품은 소비자들이 신제품보다 못한 재활용품이라는 불신을 씻고, 믿고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