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진 영 장관에게 거는 기대

▲ 객원논설위원
그는 서울에서 낳지는 않았지만 자라고 공부하여 입신양명한 곳은 서울이다.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법관 생활을 했고 정계에 입문후 용산구에서 내리 3선을 한 새누리당 중진의원이다. 그래서 그의 출신지는 당연히 서울이다. 법조대관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그러나 부친의 고향을 출신지로 이어받는 우리 관행에 따르자면 그의 고향은 전북 고창이다. 국무총리를 역임한 진의종씨 집안으로 그의 부친은 옛 체신부 고위 공직을 역임했고 '전북의 어른'(KBS 전주방송총국 선정)으로 공경받는 진기풍 전 전북일보 사장이 그의 숙부다. 박근혜 정부의 진영 복지부 장관 얘기다.

 

여기까지는 박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그를 정권인수위 부위원장으로 발탁했을때 내가 본란(1월 7일자)에 소개했던 진 장관의 프로필이다. 덧붙이자면 그는 박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그의 신망을 받았으며 신중하면서도 깔끔하고 모나지 않은 처신으로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에 조금치도 빈틈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그런 그가 대선 직전 전주에 내려와 주위에 했다는 얘기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그는 만일 박후보가 당선되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고향 발전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그와 박대통령과의 연대 관계를 볼때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면 이보다 더 한 원군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게 실현이 됐다. 박근혜 정부 첫 조각에서 그는 전북 출신으로 유일하게 입각함으로써 도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에 대한 도민들의 평판이 썩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소식이다.무늬만 전북일뿐 해놓은게 없다는 거북스런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다. 아직 출범 2개월도 안된 정부인데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조각을 보고 배신감을 느끼는 도민들의 정서가 일정 부분 그에게 덧 씌워지는 결과가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 이미 여당의 핵심 포스트에 있을때 부터 전북에 대한 관심을 접지 않았다는게 그와 접촉했던 관계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그만큼 전북과의 연(緣)을 소중하게 여긴 그에게 닥칠 시련은 정작 딴 곳에 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문제 말이다. 전주 혁신도시로 이전하게 될 국민연금공단은 LH공사를 진주에 뺏긴후 도민들에겐 천금같은 존재다. 그런 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어 서울에 존치시킨다는 것은 찐빵속에 앙꼬를 따로 빼내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경제적 파급 효과니 지역개발에 미치는 영향등 새삼 따지고 자시고 할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때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을 공약으로 약속했고 김재원의원이 발의한 소재지 전주 명시 법률개정안까지 관련 상임위에 계류중인 사안이다. 그걸 이제 와서 연금공단 정관을 개정하는 쪽으로 어물쩍 미루려는 속셈을 새누리당이 보이고 있고 진 장관마저 '신중한 검토' 운운하고 있으니 도민들의 복장이 터질 일 아닌가.

 

사실 진 장관이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임명될때 나는 속으로 그랬다. 진 장관은 역시 관운(官運)이 따르는 분이라고. 도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기금운용본부 소재지 결정권은 최종적으로는 그의 결단에 달린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진 장관은 고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던 약속을 취임초부터 거뜬히 한 건 이뤄내게 되는 건 아닌지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지금 국회쪽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리 순탄하게 이 문제가 풀려나가지 못할듯 보이니 마음이 편치 못하다. 여야가 6인테스크포스팀까지 구성해 심도있게 논의하겠다니 지켜보기는 할 일이다. 그러나 행여라도 전북 이전이 불발될 경우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내할 것인가. 민심은 그야말로 조석변(朝夕變)이란 사실을 진 장관은 명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