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벨트' 무시 해마다 사망자 늘어

도내 미착용 사망률 74% / 추락사고 땐 생사 엇갈려 / 임실군 착용률 24% 최저

▲ 21일 전주 기린로에서 운전자들이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도로를 달리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지난 7일 군산에서 김제 방향으로 가던 승합차가 도로 위 가로수와 중앙분리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차량운전자 A씨(35)가 목숨을 잃었다.

 

앞서 지난달 3일에는 전주시 외곽지역을 지나던 승용차가 도로를 이탈해 논으로 전복됐다. 이 사고로 운전자 B씨(40)가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면서 숨졌다.

 

두 사고의 공통점은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사고차량 운전자들이 안전벨트만 매고 있었어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반면 지난달 27일 전주시 팔복동의 한 도로에서는 모두 4대의 차량이 잇따라 부딪히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날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각각의 차량에 2~3명 씩 모두 10명이 타고 있었지만 이들 모두가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통사고 발생 때 안전벨트를 매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전북지역에서는 운전 중 발생하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안전벨트 미 착용률이 해마다 늘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이 지난해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차량 운전 중 사망자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240명의 사망자 중 안전벨트를 착용한 사람은 단 26%(62명)에 불과했다. 반면 74%인 178명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 10명 중 7명이 벨트를 매지 않은 것이다.

 

안전벨트 미착용자의 사망률은 지난 2005년 59%에서 2008년 65%, 2010년 73%, 지난해 74%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만큼 도민들의 안전 불감증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제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이 전북지역 14개 시·군의 안전띠 착용률을 조사한 결과 군산과 정읍, 진안, 장수를 제외한 10개 자치단체의 착용률이 동일인구 그룹의 평균 보다 적게는 10%, 많게는 30%이상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14개 시·군 중 착용률이 가장 낮은 곳은 임실군(24.22%)으로 동일 그룹평균 보다 34.4%p 낮았으며, 가장 높은 곳은 진안군으로 91.21%였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25km로 주행하던 버스가 6m 아래로 굴렀을 때를 가정해 안전벨트 미착용의 위험정도를 비교한 결과 미착용 때 착용 때보다 사망률이 24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벨트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올해 안전벨트 미착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이날 현재 모두 9550건의 미착용행위를 적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73건 보다 8177건이 늘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