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용으로 밖에 사용할 수 없는 폐닭 수만 마리가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닭 중 일부는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보증하기 위해 도입된 'HACCP인증'을 받은 업체에서도 판매돼 파장이 예상된다.
익산경찰서는 22일 사료용 폐닭을 식용으로 불법 유통시킨 혐의(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로 익산지역 A푸드 대표 B씨(57)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서 사들인 닭을 가공, 판매한 충남지역 C업체 대표 D씨(58)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B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전남지역의 도계업체로부터 폐닭 4만여 마리를 구입한 뒤 속칭 '상자갈이' 등을 통해 유통기한을 위조, 정상제품으로 속여 판매한 혐의다.
△사건개요= B씨 등은 지난 2011년 익산에 축산물 유통업체를 차렸다. 이후 전남지역의 한 도계업체로부터 지난해 1월과 6월 2차례에 걸쳐 4만여 마리의 폐닭을 마리당 500원씩 구입했다. 당시 B씨 등은 이 업체에게 폐닭을 사료용으로만 사용한다는 서약서까지 썼다. 하지만 B씨는 폐닭을 사료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박스에 부착된 유통기한을 무단으로 바꾸고, 제품의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처럼 날짜를 조작해 상인 등을 속이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렇게 정상제품으로 '재탄생(?)'된 폐닭은 도·소매점에 납품됐다. 지금까지 경찰에 확인된 것만 100여 곳에 이른다. 2차 유통업체에 물건을 넘기기도 했고, 함바집, 길거리 통닭, 삼계탕집 등 소매점과 직거래도 했다. HACCP인증을 받은 충남 C업체도 이들로부터 2500마리의 폐닭을 납품받아 유명온라인 쇼핑몰과 대리점을 통해 일부를 판매했다. 이 업체는 납품된 닭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정부인증을 믿고 제품을 구입했던 소비자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이렇게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이들인 챙긴 돈은 6000만원에 이른다. 마리당 1500원씩의 이득을 챙겼다. B씨 등은 이 밖에도 브라질 등 해외에서 들여온 닭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속여 시중에 유통시켰다. 행정기관의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폐닭을 가공, 포장해 판매했다.
경찰 관계자는 "폐닭은 가공과정에서 상처가 나 정상제품으로써 가치가 없거나 유통기한이 지나 반드시 폐기해야 하는 것으로, 재사용 때는 사료용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수사= 경찰은 익산의 A푸드와 충남지역 C업체에서 미처 판매되지 않은 폐닭과 파우치 형태로 가공된 삼계탕 완성품 수십 박스를 압수했다. 또 압수품 이외에 추가로 폐닭이 유통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유통과정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구속된 B씨가 경찰조사에서 "폐닭을 구입하지 않겠냐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 같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B씨에게 물건을 납품한 도계업체가 다른 업체에도 폐닭을 판매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