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케이씨호남환경 참사】화약포장재 반송 작업중 폭발 인명피해 커

폐기물 보내온 경남업체 위험성 고지 안해 / 경찰, 유입경로·안전수칙 여부등 집중조사

▲ 24일 전주 여의동 소재 폐기물처리업체 케이씨호남환경에서 발생한 폭발·화재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사망자를 후송하고 있다. 이강민기자lgm19740@

10명의 사상자를 낸 케이씨호남환경 폭발사고가 포탄에 사용되는 화약을 포장하는 고무재질의 포장재를 돌려보내기 위한 수거작업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의 수사에 귀추가 주목된다. 폭발에 이은 화재로 케이씨호남환경 주변에는 자욱한 연기가 가득했고, 인근 공장은 이 연기 때문에 한때 조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사고 원인= 24일 케이씨호남환경에 따르면 케이씨호남환경은 지난 23일 경남의 한 포탄화약 제조업체에서 화약을 포장하는 고무재질의 포장재 10여 톤을 넘겨받았다.

 

이후 업체 측은 이 폐기물의 처리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를 했고, 이 과정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돼 작업을 중단했다. 업체 한 관계자는 "테스트 과정에서 폭발 등의 문제가 있어 폐기물을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폐기물을 돌려보내기 위해 이날 아침부터 수거작업을 벌였고, 오후 2시 20분께 굴착기로 폐기물을 들어 올리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업체측은 폐기물을 넘겨받을 당시 경남의 포탄화약 제조업체로부터 폭발 위험성에 대해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씨호남환경은 폐기물을 받은 경남의 업체와 이날 처음으로 거래했다.

 

케이씨호남환경은 폐석면 및 폐알카리 등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특정폐기물처리 업체이며, 화약과 같은 군수품은 처리대상에서 제외된다.

▲ 화재진압에 지친 소방대원들. ·이강민기자lgm19740@

△향후 수사 = 경찰은 폭발사고의 원인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먼저 발화지점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폭발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식을 요청했다. 감식은 25일 이뤄질 예정이다.

 

경찰은 또 폭발 원인이 화약 성분에 의한 것이라면 위험 폐기물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게 됐는지 경남의 포탄제조업체를 직접 방문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 덕진경찰서 관계자는 "공장 관계자로부터 23일 경남의 한 업체에서 폐기물을 들여왔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밀감식을 통해 이날 폭발의 원인이 포탄 화약 포장재로 밝혀지면 관련 규정 등을 검토해 이 폐기물의 유입 경로와 수거과정에서의 안전수칙 미준수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독성 연기 가득= 오후 3시께 폭발과 함께 불이 난 전주 여의동 케이씨호남환경 선별장은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의 자욱한 연기에 뒤덮여 있었다. 현장에선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진화작업은 하늘과 땅에서 입체적으로 진행됐다. 산림당국과 소방당국 헬기 3대가 교대로 물을 뿌렸고, 지상의 소방대원들도 현장 진입을 위해 물을 뿌리며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연기 때문에 현장 진입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케이씨호남환경 인근의 업체들은 화재로 발생한 자욱한 연기 때문에 조업을 중단하고, 대피했다.

 

인근 공장의 한 근로자는 "공장 내부의 기계 소리 때문에 폭발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자욱한 연기가 공장 내부를 가득 채워 몇 시간째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씨호남환경은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사 대표 등 관계자들은 이날 밤 유족과 부상자 가족 등을 만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