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최영수 김진방 기자 = 지난 25일 10명의 사상자를 낸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A 폐기물처리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 여러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직후 경찰이 폭발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원인을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어 수사의 난항이 예상된다.
◇ 고무재질의 화약 포장재가 '폭발·화재 원인?'
1차 조사를 한 경찰은 폐기물처리공장의 폭발과 화재 원인을 고무재질의 화약 포장재 때문으로 발표했다.
이는 "폭발을 일으킨 폐기물은 포탄에 사용되는 화약을 포장하는 고무재질의 포장재였다"는 이 공장 관계자의 말에 근거한 것이다.
이 직원에 따르면 사고 전날 경남 함안의 한 포탄 화약 제조업체에서 '문제의 폐기물' 17t을 넘겨받아 폐기처리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폭발 등의 이상징후가 발견됐다.
이에 폐기물을 반환하려고 중장비로 폐기물을 들어 올리는 순간 불꽃이 일면서 고무포장재에 묻어 있던 폭발물질에 불이 붙어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즉 화약을 감쌌던 포장재에 묻어 있던 화약성분 찌꺼기가 폭발과 화재의 주요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강력했던 폭발 규모와 처참한 사고현장 등을 감안하면 포장지에 안에 별도의 화약 또는 인화물질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유명 방위군수산업체인 모 업체의 한 관계자는 "화약이나 인화물질은 안전을 위해 종이재질의 포장재 등으로 감싼다"며 고무재질로 포장재를 만들었다는 폐기물처리공장 관계자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특히 특정 재질의 포장재에 단순히 화약 찌꺼기가 묻어 있던 것이 아니고 그 안에 인화성이 강한 다량의 화약 또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사고 현장의 모습에서 폐기물 꾸러미에 소량의 찌꺼기가 아닌 화약 또는 인화성 물질이나 화학물질이 다량 들어있었을 것라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폭발의 진원지인 폐기물 17t을 보관한 철근구조의 창고는 완전히 불타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폐기물 잔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창고 앞 20m가량에 있는 폐기물 운반차랑은 화재보다 폭파에 의한 전파 흔적이 뚜렷했다. 인근의 콘크리트 구조물에도 폭발 때 날아온 쓰레기 잔해들이 묻어 있었다.
또 사고 현장 주변의 주민들은 폭발 당시 공장 위로 커다란 불기둥이 쏟는 것을 목격했다.
폭발 위력과 규모가 상당히 컸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화재현장에서 만난 한 소방관은 "많은 화재현장을 가봤지만 이처럼 심하게 찌끄러지거나 부서진 곳은 보기 드물다"며 또 다른 무언가에 의한 강력한 폭발에 대한 조심스런 예단을 뒷받침했다.
◇'정체불명' 폐기물 처리 의뢰업체
경찰은 사고직후 원인규명에 나섰지만 폐기물을 처리한 실무자가 숨지거나 중상을 입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살아남은 사고 관련 당사자들의 진술도 엇갈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폐기물 처리를 의뢰한 업체의 정체도 불분명해 난항을 겪고 있다.
따라서 폭발 사고의 주요인인 '포장재 안에 들어 있을 무엇'을 밝히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애초 폐기물 처리를 의뢰한 업체와 폐기물의 출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폐기물처리공장의 관계자가 '문제의 폐기물'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경남 함안에는 A 포탄·화약 제조업체가 없다고 밝혔다. 함안경찰서 관계자도 A 포탄·화약 제조업체가 없음을 확인해줬다.
경찰은 숨진 폐기물처리공장의 직원 송모(38)씨가 이 폐기물과 관련한 업무를 맡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의문을 풀 열쇠를 쥔 송씨가 이미 숨져 수사는 벽에 부닥쳤다.
경찰은 송씨가 전주 시내의 B 폐기물위탁업체를 통해 '문제의 폐기물'을 들여온 업무를 했던 점을 확인, 이 업체 대표를 조사하고 있지만 관계자들의 진술이 서로 달라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폭발과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한 상태여서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국과수의 감식 결과가 의문의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25일 오후 2시20분께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A 폐기물처리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일어나 직원 이모(61), 송모(38)씨가 숨지고 8명이 화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