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모두 190편이다. 실내에서 아늑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187편. 반면 나머지 3편의 영화는 아늑함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풍성한 영화 축제 중에 어쩌면 가장 쉽고 또 가장 즐겁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전주영화의 거리 지프 스페이스(옛 공무원 복지매장) '야외상영'. 야외극장에서 봄밤을 느끼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이미 개봉해 흥행을 거둔 작품들을 엄선해 실패 확률은 제로. 더욱이 입장료도 무료다.
- 춤추는 숲 (4월 26일 오후 8시)
마을은 조용한 가운데 생기가 넘친다. "안녕하세요?" "안녕, 맥가이버! 안녕, 호호!"
익숙한 별명으로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동네 골목을 지나는 감독 부부는 10년 넘게 성미산마을 주민으로 살고 있다. '성미산마을'은 마을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어진 서울 도심에 있는 마을공동체다. 이 생기 넘치는 마을에서 주민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함께 의논하고 힘을 보탠다. "어떻게 하는 게 잘 사는 걸까?" 답답한 기성의 틀에 질문을 던지고, 좌충우돌 새로운 길을 찾아간다. 그렇게 생각을 나누고 보태면서 17년이 흘렀고, 성미산마을은 이제 의미 있는 도시공동체로 주목받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평범한 별종들이 살아가는 마을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한 교육재단에서 성미산을 깎아 학교를 이전하겠다고 나섰고, 서울시가 이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토건 신화가 성미산을 관통하는 순간. 마을의 중심인 성미산이 위태로워지자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산을 지키는 싸움은 파란만장하지만, 성미산 사람들은 남나르게 풀어낸다. "낡은 가치를 뒤집는 유쾌한 항쟁기!"
- 웰컴 투 사우스 (4월 28일 오후 8시)
꼼수 부리다 인생 지대로 꼬인 소심한 기러기아빠. 오싹살벌한(?) 이웃들이 기다리는 험난한 땅끝마을로 쫓겨난다.
작은 도시의 평범한 가장 알베르토는 높은 교육열의 아내 등쌀에 못 이겨 대도시로 전근 가려는 나름의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의 허술한 거짓꼼수는 곧 발각되고 알베르토는 남부 땅끝마을로 좌천되고 만다.
찌는 듯한 더운 날씨, 게으르고 더러울 뿐 아니라 위험한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라는 온갖 루머와 편견에 사로잡힌 알베르토는 걱정에 휩싸인 채 남부로 떠나게 된다. 오지게 험난한 땅끝마을에서 생존해야만 하는 그는 상상 이상의 거시기한 이웃들을 만나게 되고, 평온했던 그의 일상은 순식간에 다이나믹 해지는데…
- 페어리 (4월 27일 오후 8시)
프랑스의 항구 도시 '르 아브르'의 작은 호텔 야간 당직으로 일하고 있는 돔. 비 내리는 어느 날 밤, 호텔을 지키며 혼자만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돔 앞에 누추한 행색이 수상쩍어 보이는 여자가 찾아온다. 여행객이 대부분인 호텔에 짐도 없이 맨발로 나타난 그 여자는 심지어 본인이 요정이라고 말하며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을 해온다. 피오나라는 이름의 여자에게 당최 믿음이 가지 않는 돔은 방을 하나 내준다. 그러던 중 돔은 샌드위치를 먹다 사레가 들려 숨을 쉬지 못하게 되고, 피오나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피오나는 자신이 요정임을 증명하기 위해 돔의 두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
이후 피오나와 돔은 데이트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환상적인 하루를 보내지만 행복했던 것은 잠시, 다음 날 피오나가 사라져 버리고 만다. 피오나를 찾아 헤매던 돔은 그녀가 정신 병원에 강제 입원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환자 가족으로 위장해 병원에 잠입 피오나를 몰래 빼내오는데 성공한다. 그들은 호텔 옥상에서 다시금 행복한 여유를 즐기고, 피오나는 돔의 아이를 낳는다.
한편, 돔이 일하던 호텔에 투숙 중이었던 한 영국인이 잃어버린 자신의 개를 찾아준 밀입국자들에 대한 답례로 그들이 영국행 페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하면서 돔과 피오나는 불법체류자들을 조사 중이던 경찰에게 브로커로 의심을 사게 되고, 그들은 잡히지 않기 위해 도망 길에 오른다. 과연 돔은 그녀와 함께 행복을 쟁취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