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가 기록한 첫 번째 사건은 폭스파이어의 리더인 렉시와 자신들을 억압하는 것에 대해 반항키로 마음먹는 장면이다. 메디는 "이 날이 '어쩌면' 폭스파이어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폭스파이어가 결성된 계기는 동급생인 리타의 성폭행 사건. 소녀들은 갱단을 조직하기 전 수동적인 삶을 살며 '느린' 호흡으로 살아 왔다. 하지만 자신들을 억압했던 남성에게 복수를 가하면서 폭주 기관차처럼 달린다. 급기야 차를 훔쳐 해방감을 만끽하던 중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다 사고를 당한다. 브레이크가 없을 것 같았던 이들의 질주는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 질서의 상징인 경찰에 의해 멈추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리더인 렉시가 교도소에 가게 된다. 리더를 잃은 폭스파이어 구성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러면서 영화의 호흡은 다시 느려진다. '기록자' 메디는 이때의 상황을 "아무것도 기록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느리게 가던 시간은 렉시의 출감으로 다시 빨라진다. 렉시는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를 꿈꾼다. 그리고 돈을 모아 시골에 한적한 집을 구입한다. 폭스파이어 맴버들은 이곳에 모여 그들만의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은 쉽게 오지 않는다. 부풀었던 꿈은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 앞에 무기력해진다. 그들만의 리그는 구성원들 간의 다툼으로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렉시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다시 남성들을 겨냥한다. 남성들을 유혹해 돈을 벌기 시작하는 것으로 이들의 폭주는 다시 시작된다. 하지만 렉시가 감옥에 가기 전의 '유쾌한 폭주'가 아니다.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벌이는 '위험한 질주'가 돼버린 것.
렉시는 재벌 납치극을 꾸미며 폭주의 종국으로 치닫는다. 메디는 이때 폭스파이어에서 탈퇴하며 "어디서부터가 폭스파이어의 시작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한다. 납치한 재벌의 죽음으로 이들의 폭주는 멈추고 렉시는 홀연히 사라진다.
영화의 모호한 결론은 로랑 캉테 감독의 이야기 방식과 맞닿아 있다. 그는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부조리에 대한 저항을 다룬 영화를 많이 찍어왔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소설을 선정하게 된 이유는 기존에 하던 작품 성향과 비슷한 것도 있지만 정치적인 면을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고서도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강한 내러티브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1950년대 미국의 소녀들이 겪은 사회적 억압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영화는 관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