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신사와 쪽발이

일본이 오늘날 우익 강경으로 치닫는 근원은 도쿠가와(德川) 막부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막부(幕府=바쿠후)는 세습적 군사 독재자인 쇼군(將軍) 정부다. 실질적 통치 세력이다. 기독교 등 서양의 이질적 문화가 수입되던 도쿠가와 막부, 이른바 에도시대(1603∼1867)는 외래문화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신도(神道)'를 부각시켰다. 신도는 자연이나 민간신앙이다.

 

메이지시대(1868∼1912)에는 한발 더 나아가 신도를 국가의 공식 통치이념으로 삼았다. 부국강병을 위한 국민 결속 수단이다. 개인이나 마을단위의 조상신 숭배 전통이 국가 차원으로 확대됐다. 이때부터 전국 각지의 지방신이나 영웅을 제사 지내는 신사(神社)참배가 의무화됐다.

 

메이지유신 직후인 1869년에는 메이지유신 때 내전으로 죽은 이들을 제사 지내기 위해 도쿄초혼사(招魂社)가 창건됐다. 10년 뒤 도쿄초혼사는 야스쿠니(靖國) 신사로 이름을 개칭, 오늘에 이른다. 정(靖)은 '고요한' '편안한'이라는 뜻의 한자어다. 고요하고 편안한 나라라는 뜻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규모도 확대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전란이나 제1·2차 세계대전으로 죽은 이들까지 합사(合社)해 제사를 지낸다. 모두 246만 6532위에 달한다. 8만여 개가 넘는 일본 전역의 신사 중 가장 방대하다.

 

그런데 고요하고 편안해야 할 야스쿠니 신사가 참배 문제로 매년 시끄럽다. 아베 일본 총리의 쓰레기 같은 역사인식 때문에 '사람 잘 날 없는 곳'이 돼 버렸다. 아베 총리는 일본에는 국내법상 전범이 없다거나 침략을 부정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식민지 침략전쟁을 서술한 교과서도 '침략'을 '진출'로, '탄압'은 '진압'으로, '출병'은 '파견'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적 사실을 날조하겠다는 것이다.

 

총리 등 각료들은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군사 독재인 막부 시대 쇼군을 자처하려는 것인지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쪽발이'는 한 발만 달린 물건을 일컫는다. 일본 사람을 욕하는 말이기도 하다. 몰상식의 편향과 독선으로 치닫는 일본을 보면 그들을 쪽발이로 부르는 이유를 알만 하다. 이젠 침략의 피해국들이 공동 대처해야 일본이 서투른 입놀림을 하지 못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