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과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등 농업단체가 올해부터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막기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대기업-동부그룹 농업생산자 진출저지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동부한농을 비롯한 동부그룹의 농자재와 비료, 농약, 과채음료 등에 대한 불매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런데 동부한농을 비롯한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위한 중요한 거점이 전북의 새만금지역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 재현 우려
새만금지역의 농업용지에 대한 조성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북도와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7년까지 새만금5공구에 1456억원을 들여 1513㏊의 농지를 조성한다. 전체 8570㏊의 농지가 조성되는 새만금지역의 경우 이번에 1/5가량이 조성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새만금에 최초로 조성되는 농업부지에는 동부를 비롯한 3개의 대기업이 농축산업을 실시하게 될 700㏊(210만평)가 포함됐다.
이처럼 새만금의 농업용지조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전농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이 대기업의 농업진출 반대활동을 본격화하고 있어, 새만금의 농업용지 활용방법을 놓고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전농을 비롯한 농민단체가 내세우는 주요한 반대명분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와 같은 부작용과 피해가 농업에서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만금에 들어서게 될 동부를 비롯한 대기업의 주요 작목이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 시설작물과 원예로 꼽힌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하면 동일한 작목을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타격을 줄 수밖에 없고,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농민들이 다른 작목으로 전업하게 되면 여타 작목으로 그 피해가 도미노처럼 확산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생산비에 못 미치는 소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과 농촌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농민단체의 강한 반발에는 이미 축산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주)하림그룹에 대한 학습효과가 크다. 애초 예상하지 못했던 하림그룹의 축산업에 대한 지배율은 매우 높다. 지난해 하림이 닭고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31.5%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림을 비롯한 계열화된 기업들이 양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해 이들을 통하지 않은 생산농가는 양계시장 진입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하림을 비롯한 대기업이 축산업을 장악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전국농민회 전북도연맹 이효신 사무처장은 "하림의 경우 사료공장·부화장·도계공장·육가공공장을 세우고, 사료부터 육계와 판매까지 완전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 생산농가들은 생산과 판매를 모두 하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농가를 상대로 일방적인 계약서를 작성하고, 변경하고, 이의를 제기할 땐 불이익을 주어 퇴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육계시장의 규모는 성장했지만 농가의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어 농민들은 가축사육 노동자로 전락했다"며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로 인한 폐해를 설명하고 있다.
△전북도는 대기업 진출 긍정적
현재 새만금에 농업을 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협약을 체결한 대기업을 보면, 동부그룹이 333.3㏊(100만평)의 면적에 파프리카 등 시설원예, 유기한우, 사료작물을 생산할 계획이고, (주)초록마을이 116.7㏊(35만평)의 면적에서 유기한우와 가공식품 등을 생산·유통할 계획이다. 또한 농산무역은 250㏊(75만평)의 면적에서 파프리카·토마토 등 시설원예와 가공식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파프리카·토마토 등 시설원예는 물론 한우 등 축산업에도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이러한 계획에 대해 전북도청 관계자는 "새만금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규모 농어업회사를 육성하고, 농식품 수출의 전진기지로 만들고자 한다. 또한 새만금에서 미래 첨단농업의 성공적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며 대기업의 농업진출에 대해 희망을 내비쳤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소농 중심의 우리나라 농업구조 개편은 물론 유전자변형농산물의 재배 등으로 이어져 생태계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개발이 진행되는 새만금의 농업부지에 대한 바람직한 이용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농사는 농민들이 짓고 기업은 지원 역할해야">
- 이효신 농민회 전북도연맹 사무처장
-전국농민회에서 동부를 비롯한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반대하고 나섰는데, 어떤 이유인지.
△대기업의 농업진출이 대기업과의 경쟁으로 인한 출혈경쟁과 농가소득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경쟁에서 밀려난 농민의 작목전환으로 인한 연쇄적 피해확산, 계열화 등으로 대기업에 의한 농민 종속 및 농업노동자화로 전락, 농지에 대한 투기와 전용, 농업생산기반 붕괴 및 먹거리 불안 심화, 농촌공동체 및 생물다양성 유지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약화 등이 우려된다.
-새만금에 동부한농 등 대기업이 진출할 계획인데.
△당연히 새만금에 대기업이 농업을 목적으로 진출하는 것에 반대한다. 만약 대기업이 농업에 뛰어들 경우 직간접으로 농민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FTA와 함께 우리나라 농업에 큰 재앙으로 닥칠 것이다. 또한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는 대기업이 외국의 몬산토나 카길처럼 유전자변형농산물을 재배하기 시작할 경우 환경적인 피해도 확산될 수 있다.
-시설원예와 축산업 등 일부 작물에 대기업이 진출할 수는 있겠지만 쌀농사 등 우리나라 농업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산악지형 등의 문제로 한계가 있지 않은지.
△그것은 실상을 잘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다. 하림이 직접 모든 축산농장을 소유한 것은 아니다. 다만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계약을 맺고, 축산농가를 계열화 했다. 곡물생산에 있어서도 대기업에 의한 계열화와 지배가 가능하다고 본다.
-새만금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에 반대한다면 새만금 농업용지를 어떻게 활용해야한다고 생각하는지.
△당연히 농민들에게 분양하거나 임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농사는 농민이 지어야 한다. 기업은 농민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 기업은 이윤이 안되면 금방 농업을 포기한다. 안정적인 식량생산을 담보할 수 없다. 농민은 농사밖에 모른다. 농민만이 우리나라 식량안보와 국민건강을 책임질 수 있다.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