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 가치를 배우는 멋진 남자가 돼라

▲ 조선희 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최근 대중문화가 강력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부성애'다. '7번방의 선물' '일밤-아빠 어디가?' '내딸 서영이''힘내요 미스터 김' 등 지금 대중문화 코드는 온통 '아버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전에도 딱 한번 아버지가 부각됐던 적이 있다. IMF 외환 위기시대 이후에 가족주의 열풍, 그 중 아버지 신드롬이 있었다. 당시 아버지들은 평생직장을 잃고 축 쳐진 어깨를 한 채 가족의 품에 안긴 초라한 자화상이었다. 이 시기 광고는 빨간 옷을 입은 아이들이 "아빠 힘 내세요~"를 외치거나 "부자아빠"를 통해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버지'임을 전제했다. 또 부자가 아니라서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힘 없는' 아버지들의 고백이 상당했다.

 

최근 아버지 모습은 '딸 바보'로 대표된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무게만 잡던 과거 아버지들과 달리 가족을 돌보기 위해 초보적인 음식솜씨를 발휘하고, 자녀와 미숙한 의사소통으로 좌충우돌 하면서도 낯선 자녀와 관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친구 같은 아버지다. 자주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전통적 남성상과는 거리가 먼 새로운 남성성의 모습을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

 

IMF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노동의 영역에서 남성적인 것의 가치보다 여성적인 것을 보다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남자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하지 않도록 훈련 받아왔다. 남자들을 지배해왔던 건 경쟁으로 '악수 할 때부터 싸움이 시작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다보니 남자들은 눈물을 보이지 말아야 하고 약점을 감추어야 하며, 감동을 줄지언정 감동을 받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사회는 이미 사회서비스 영역이 확대되면서 감정노동이 일반화되고 있다. 여성들이 생활에서 경험하고 훈련해 온 수평적 관계, 감수성, 섬세함과 소통능력 등이 경쟁력이다. 그러다보니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사업이 발달할수록 남성들은 점점 노동영역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그 자리에 값 싸고 사람의 감정을 보다 잘 다루는 여성들, 거기다 능력까지 우위인 여성들이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은 한꺼번에 한 가지 일밖에 할 수 없지만 여성들은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멀티태스팅 뇌를 가지고 있고 그것은 여성적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여전히 남성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당혹하며 불안 해 하고 있다.

 

어린 여자아이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범죄 즉 '묻지마 범죄'를 두고 학자들은 여성에게 추격당하기 시작했다는 불안과 여자는 지배의 대상이라는 성적 이데올로기의 틈바구니에 서 있는 남자들의 사회에 대한 분노 폭발로 해석했다. 남성연대라는 조직을 만들어 성평등 정책활동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데 공을 들이는 찌질남도 있다.

 

사회는 더 이상 남성다움으로 이름 붙여졌던 위험과 용기를 추켜세우지 않으며 엄마나 아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돌봄 노동을 하쟎은 일로 여기지 않는다. 요리하는 남자(쿡남)가 멋진 남자고 아이들과 소통 잘 하는 아버지가 인기투표에서 최고며 행복한 아버지다. 사회변화와 트렌드를 읽는 남성들은 어떤 선택이 남자와 여자가 함께 공존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인지를 안다.

 

남성역할과 여성역할을 구분하는 찌질남이 되지 말고 감정을 표현하는 법, 상대의 말에 공감해주는 능력, 부드러운 돌봄의 방법을 배우자. 그럴 때 여성들도 남성들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손을 맞잡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