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2013년 5월 7일. 다른 곳도 아닌 국회 본회의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조용히 울려 퍼졌습니다. 이유인 즉은 ‘5·18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에서 30년이 넘게 불려온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보훈처에서 제외시키려 하자, 한 민주당 의원님이 기념식 지정곡을 요청하며 노래를 부른 것입니다.
올해로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한지 33년째가 됩니다. 5·18민주화운동은 선량한 시민을 폭도라 하고 우리 군인이 우리 국민에게 총을 겨눈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2007년에 개봉했던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를 기억하십니까? 5·18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이 작품은 1980년 5월 광주의 상처를 매우 생생하게 재현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개봉 당시 5·18을 잘 몰랐던 젊은 관객층은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이냐?”, “실제로 이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을 줄은 몰랐다.”라고 할 정도로 충격적이고 참혹했던 현실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같은 땅을 밟고 사는 동포에게 총과 칼을 겨누고 곤봉을 무자비하게 휘둘렀던,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라고는 좀처럼 믿기 힘든 영화와 같은 이 이야기는 33년 전 광주에서 일어났던 우리의 역사입니다.
5·18민주화운동은 이제 우리시대 시대적 아픔을 넘어서 불의에 맞서 싸우고, 정의와 연대를 토대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신이자 가치로 발전해 왔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후에 정통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민주당은 2번의 정권과 2번의 정권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당의 대변인으로서 5·18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 민주당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됩니다.
첫째. 계파주의, 분열주의 없이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서로가 하나 되는 정당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5·18당시 시민과 계엄군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외부로 부터의 모든 물자가 끊겼지만 항쟁기간동안 금융기관이나 식료품 등 자원의 약탈이 있었다는 보고는 없었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먹을 것을 공유하고 주부들은 거리에 나와 밥을 지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계엄군의 탄압 속에서도 분열되지 않고 한마음 한뜻이 되었던 것입니다. 민주당도 살기 좋은 나라,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힘을 하나로 모으는 정당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로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의로운 정당이 되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乙(을)’을 위한 정당이 되어야 할 것 입니다. ‘을’은 약자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겨우내 얼어붙은 땅바닥을 뚫고 나오는 새싹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기득권으로의 부의 편중을 견제하는 등 경제민주화를 통해 시장,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기회의 평등을 확보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자기의 이익을 충족하는 ‘자율, 공정, 균형’경제가 실현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5·18정신은 5·18민주화운동의 올바른 역사인식과 함께 계속해서 기억되고 발전하여야 합니다. 1997년에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년 연속으로 5·18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5·18민주화운동을 탄압한 핵심인물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에서 생도들의 사열을 받는 일도 발생하는 등 아직까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족한 역사인식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특히‘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주의 운동이 벌어지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불리던 노래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대변하는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만 보아도 프랑스혁명 직후에 만들어진 역사 그 자체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외하는 것은 5·18의 역사와 정신을 부정하는 또 다른 역사 왜곡입니다. 오는 5월 18일, 5·18정신을 되새기며 ‘임을 위한 행진곡’이 다시 한번 크게 울려 퍼져야 할 것입니다.
영화 ‘화려한 휴가’는 마지막부분에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남깁니다. 기억 속에서 잊혀질뻔한 1980년 5월의 역사를 다시 기억할 수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역사의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무엇이 진정한 민주주의인지, 무엇이 올바른 역사인지 5·18정신과 5·18민주화운동를 통해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알듯이 역사와 정신은 유구하게 기억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