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스크린을 점령했던 아이언맨3의 기세가 누그러진 가운데 다양한 영화들이 주말 극장가에 등장했다. 볼 것 없다고 불평해왔던 관객들에게 숨통이 트인 것. 골라 보는 재미가 있는 이번 주말 극장가에서 연휴를 보내는 건 어떨까.
■ 미나문방구 (드라마/ 106분/ 전체관람가)
영화 '미나문방구'는 어느새 대형 팬시점에 자리를 내줘버린 '학교 앞 문방구'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경기도청 세정과 소속 공무원인 강미나(최강희 분)는 어느 날 사귀던 애인의 결혼 소식을 듣는다. 설상가상 체납세를 받으러 갔다가 되레 물벼락을 맞고, 갑자기 끼어든 외제차와 접촉 사고까지 난다.
'욱' 하는 성질 탓에 정직 2개월을 받은 미나는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주진모) 대신 '골칫덩어리'인 문방구를 처분하러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내려간다.
미나에게 문방구는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이름 대신 '방구'라고 불리게 한, 그래서 늘 떠나고 싶었던 공간이다.
쉬어빠진 밥과 날짜가 한참 지난 아버지 로션, 먼지가 잔뜩 쌓인 가게 내 물건들을 보면서 한층 혈압이 오를 무렵, 미나 앞에 '초딩 단골'들이 대거 등장한다.
"내가 겨우 이런 데서 주인할 사람으로 보여?"라며 아이들을 문전박대하던 미나는 결국 하루라도 빨리 문방구를 팔려고 영업 전략을 바꿔 '라면 야식 판매' '1+1 초대박 세일' '추억의 게임 전수' 등을 통해 '초딩' 고객들을 끌어모은다.
아이들이 학원 차를 기다리며 앉아 있던 문방구 앞 평상이 어느덧 추억의 게임을 함께하는 놀이의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미나도 '방구'로만 남아있던 어린 시절추억을 하나 둘 끄집어낸다.
마음마저 각박해진 주인공이 동심의 세계와 접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치유하게 된다는 내용은 비슷한 류의 영화에서 보여준 전형적인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왜 내가 아빠 때문에 방구가 돼야 해"라고 울던 미나가 '자기만 빼고 모든 애를 다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의 사랑을 뒤늦게 깨달아 간다는 내용 자체도뻔할 수 있지만 이를 그려가는 과정은 따뜻하다. 꿈이었던 '형사' 대신 모교의 선생님이 돼 고향에 내려온 미나의 동창 최강호(봉태규)가 '여왕'(여자 왕따) 소영이를 통해 '왕따'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아이들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도 영화의 한 축이 되어 또 다른 '힐링'을 제공한다.
'라이벌' 관계인 미나문방구의 영업을 소심하게 방해하던 오성문방구 집 형제가미나문방구 처분을 위해 미나에게 협력하는 내용을 비롯해 영화 곳곳에 배치된 에피소드들은 문방구 구석구석에 있는 물건들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 몽타주 (스릴러/ 120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몽타주'는 제목부터 스릴러 냄새를 물씬 풍긴다.
아동 유괴 사건의 공소시효 15년이 만료되고 똑같은 수법의 범죄가 다시 발생한다는 줄거리는 그동안 한국영화 스릴러 장르에서 보아온 여러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15년 전 유괴 사건으로 딸을 잃고 범인을 추적해온 하경(엄정화)은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담당 형사 오청호(김상경)의 말에 목놓아 운다.
그런데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5일 전 사건현장을 다시 찾은 청호는 누군가 놓고 간 국화꽃 송이를 발견하고 범인이 다녀갔음을 직감한다. CCTV에 찍힌 자동차를 찾아 힘겨운 탐문을 벌인 끝에 공소시효 만료 몇 시간 전 시장 골목에서 모자를 눌러쓴 범인을 맞닥뜨린다. 하지만, 아깝게 범인을 놓치고 청호와 하경은 절망에 빠진다.
그리고 얼마 뒤 다시 똑같은 수법의 유괴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놀이터에서 손녀를 돌보다 잠시 집에 들어간 틈에 아이를 누군가에게 유괴당한 할아버지 한철(송영창). 관할서 경찰은 피해자의 집에 범인의 협박전화 대응팀 본부를 꾸리고 15년 전 사건의 담당자인 오청호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야기의 설정에서부터 반전의 틀을 만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줄거리 소개는 스포일러다.
영화 초반의 분위기는 형사를 연기하는 배우 김상경의 풍모와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직전의 상황이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 엄정화의 연기가 두드러진 후반부는 아이를 빼앗긴 엄마의 모정과 투지를 표현한 '세븐 데이즈'와 닮아 있다.
아동 유괴 사건을 벌이고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협박하는 범인의 행각은 '그 놈 목소리'를 연상시킨다.
이렇게 기시감을 일으키는 소재들을 끌어모은 영화 '몽타주'는 그럼에도 기존 영화들의 클리셰를 살짝 피해 상황을 계속 비틀어가며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특히 시간의 전후 관계를 흐트려 교묘하게 이어붙인 연출은 관객의 추리를 영리하게 교란시킨다.
예측불허의 스릴러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나리오를 공들여 다듬은 흔적이 엿보인다. 이런 세공으로 스릴러 장르의 상업영화가 줄 수 있는 긴장과 재미는 꽤 잘 살려냈다.
다만, 이야기의 결말을 마주하고 나면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애끊는 부모의 마음이 모든 사건을 추동하는 힘으로 활용되는데, 각각의 행위를 둘러싼 윤리적인 고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인물들의 관계를 이어놓은 사슬이 그저 재미를 살리기 위해 기획된 '설정'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빼앗긴 아이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을 엄마가 쓰레기 더미를 뒤져 찾게 하는 짓은 현실적인 범행 동기로는 설명될 수 없는 행위다. 영화는 사건의 전말을 보여주는 결말에서 드라마 요소로 관객의 공감을 구하려 하지만, 이런 설정들 때문에 인물들에 선뜻 공감하기가 어렵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