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시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이였던 중앙부처의 한 장관실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가 장관을 만나고 있었던 것은 군산지역과 관련된 국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전화통화에서 "기자양반, 지금 형님이 예산을 주기로 했으니 기사를 써도 좋아"하고 말했다.
호탕하고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로 중앙부처에 많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던 그는 국가예산확보와 관련,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도 중요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인맥을 확보하는 것이여"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편성도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숙성되지 않은 인간관계속에서 백날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논의해 보았자 예산확보는 쉽지 않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 형님, 동생할 정도로 인간관계가 형성되면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설사 부족해도 예산확보는 이뤄진다"면서 "예산은 인맥에서 나온다"고 피력한 적이 있다.
지금은 내년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전국 각 자치단체마다 부지런히 뛰고 있는 시점이다. 또한 예산확보를 위해 부지런히 인맥을 찾아 다니는 시점이어서 인맥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남과 전북지역의 인맥관리 상황을 비교해 보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인맥관리와 관련,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영남지역에 반해 전북지역은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남지역의 경우 중앙에 많은 인맥이 포진해 있지만 관리도 잘되고 있다는 후문(後聞)이다.
평소 중앙부처에 드나들면서 자신들의 고향출신은 물론 다른 지역 출신공무원들과 함께 애환을 나누면서 끈적끈적한 인간관계를 형성한다고 한다.
이같이 인간관계가 형성된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새로운 정책사업이 도출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전화를 걸어 정보를 제공, 예산확보에 나서라고 주문까지 한다고 한다.
그러니 굳이 예산확보시기에 중앙에 드나들지 않아도 원활하게 예산확보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인맥을 가진 도내 기초자치단체의 중앙부처 인맥관리는 어떠한가.
최근 만난 전북출신 중앙부처 한 고위직 공무원의 말을 들어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는 무엇 무엇을 해 달라고 주문이 많은데 전북지역에서는 이같은 요청이 없다"면서 "전북출신으로서 예산확보면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싶은데도 인맥관리는 커녕 예산요청조차 들어 오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특히 평소 무관심했다가 때만 되면'필요'에 의해 인맥을 찾아 애향심에 호소하면서 예산을 확보하려다보니, 전북출신 중앙부처 공무원들조차 고향에서 찾아오는 인사들을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니 무슨 예산확보가 잘 이뤄지겠는가.
초라한 인맥조차 제대로 관리치 않고 '예산확보가 안됐다'며 중앙만 탓하고 있는 게 전북의 현주소다.
예산편성도 인간이 하는 일이고, 인간은 감성의 동물이다.
성숙된 인간관계가 발효(醱酵)되면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관계없이 어떻게든 도와 주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국가예산을 확보한답시고 중앙에 뻔지르하게 오갈 일이 아니다. 평소 인맥관리가 잘 됐는지 뒤돌아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