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11총선과 대선, 민주당 5.4 전당대회 등 몇차례 굵직굵직한 선거를 치렀다. 선거는 지도자를 뽑고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는 유력한 장치다. 그런데 전북은 선거를 통해 나아지기는 커녕 자꾸만 쪼그라들고 있다. 4.11총선은 중진을 밀어내고 7명이 초선으로 채워졌다. 정치력이 크게 약화됐다. 이를테면 예산 칼자루를 쥔 기획재정부를 호령할 역량 있는 국회의원 몇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언감생심이다. 전북은 중앙과의 창구도 막혀 있다. 청와대 핵심과 소통할 통로가 없다. 우호적인 수석비서관도 없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광주·전남의 핵심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강조했고 그 일환으로 지역균형발전과 탕평인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탕평인사는 없었고 지역정책은 뒷걸음 쳤다. 창구가 없고 정치력이 없는 전북 같은 곳은 홀대 받을 수 밖에 없다. 인사와 예산·정책·사업 등 어느 것 하나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새 정부 초장부터 현안이 터덕거리는 걸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책사업인 새만금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이전 문제 역시 새누리당의 공약이지만 '소 닭 보듯' 하고 있다. 전북은 새누리당의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때 지명직 최고위원 두자리에 광주와 전북·전남 몫이 검토됐지만 결국 광주와 강원 출신이 차지했다. 강원 배려는 선거 때 도움을 준 논공행상의 결과다. 헌데 일관성이 없다. 득표율을 따진다면 광주(7.8%) 대신 전북(13.2%)이라야 맞지 않겠는가. 전북은 존재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에도 전북출신이 없다. 대주주나 마찬가지인 전북 또는 호남출신이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한 건 아무래도 허전하다. 여·야 지도부에 전북을 대표할 인물이 동시에 없는 건 드문 일이다. 지역 대표성을 가진 인물이 없다면 지역의 현안이나 주민의사가 뒷전에 밀릴 것임은 불보듯 뻔하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와도 관련이 있다.
전북은 변방이다. 섬이나 마찬가지다. 고립무원이랄까 사람도, 사업도, 예산도 비빌 곳이 마땅치 않다. '전국 3% 경제', '지역총생산 최하위권' 위상이 30년간 지속되고 있다. 이런 터에 전북은 늙어 있기까지 하다. 고령인구 비율(16.2%)은 최상위권이다. 지역사회에 복장 터질 일이 있으면 주먹질이라도 해대야 할 텐데 소리 지를 힘도 없는 고령인물이 지역을 대표하는 조직의 장을 맡고 있는 곳도 전북이다. 변방에다 역동성마저 없으니 최악이다.
국회의원 간 응집력도 떨어져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 선출 땐 "모 국회의원이 우리지역 후보를 언급치 않고 다른 후보를 선택하라는 오더를 내렸다."며 흥분한 당원도 있었다. 응집력이 떨어지면 정치력도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열악한 여건, 취약한 인적 인프라 속에 정치 리더들이란 사람들은 밖으로 뻗어 나가질 못하고 좁은 지역에서 왕초 노릇이나 할려고 안달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판갈이를 하지 않고는 전북은 바뀔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구성원들의 사고도 바뀌어야 하고 인적 판갈이도 필요하다. 그리고 역동적인 전북을 만들 수 있는 인물을 리더로 세워야 한다. 그럴려면 사람을 쓰거나 추천할 때, 또는 선거 때 전략적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지역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