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를 사랑하는 여자

▲ 이소애
그 여자는 낙태를 경험했다. 목숨과 바꿀 수 없어 태아를 버렸다. 버린 태아가 생각 속에 살아서 발로 차거나 몸을 돌리고 양수를 터뜨리면서 세상을 향해 버둥거린다.

 

그런 후, 여자는 연어의 붉은 살을 먹지 않는다. 바다 무늬가 있는 연어가 수천 킬로미터 헤엄쳐온 파도 자국을 잊지 못해 자궁 흉터 같은 산란지를 찾는 본능을 질투하면서

 

그 여자는 발꿈치에 물집 생기도록 떠돌아다녀 뼈마디가 물지게처럼 삐거덕거렸다.

 

연어는 산란 후 피와 살을 다 버린다. 등지느러미가 찢어지고 꼬리를 앞뒤로 흔드는 사투는 최후 목숨이 끊어지는 어미의 기도, 죽음을 딛고 죽음을 극복한 연어의 삶이다.

 

연어를 사랑한다. 파편이 된 깨달음이다.

 

△ 이소애 시인은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침묵으로 하는 말','쪽빛 징검다리'와 수상집'보랏빛 연가'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