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아끼는 후배로부터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생뚱맞은 제목에 낚여 호기심으로 읽어 내려간 이 메시지는 한참을 자지러지게 했다. 말 그대로 유머스런 얘기 한토막에 순간의 재미를 만끽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얼마나 많은 부부들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즐겁게 살아가겠다던 혼인 언약을 깨고 그냥 무덤덤하게 어쩔수없이 살아가고 있는지를 새삼 되돌아보게하는 시대의 우울한 초상이기도 했다.
가정의 달 5월 중에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관계의 소홀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이 날은 법정기념일로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부간 진정한 사랑을 음미해볼수 있는 참으로 고귀하고 소중한 날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날을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부부는 하느님이 맺어준다고 하여 '천생연분'이라고 했다. 그 사이가 얼마나 가까우면 '일심동체'라 하여 촌수도 없다고 했겠는가. 평생을 같이 할 친구이자 동반자가 바로 부부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으로서 춘추시대 민요를 중심으로 하여 모은 시경(詩經)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초(楚)나라는 식(息)나라를 멸망시켰다. 식나라의 군주는 포로가 되고 그 부인은 초나라 왕의 처가 되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된다. 그러자 부인은 "살아서는 헤어져 지낼지라도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길 소원한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결하고 만다. 결국 그 남편도 부인의 뒤를 따라 운명을 같이하게 된다.
여기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해로동혈'이다. 즉, 이 말은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같이 묻힌다는 뜻으로 생사를 함께하는 부부의 고귀한 사랑 맹세를 비유하고 있다. 실제로 '해로동혈'은 결혼 주례사에 단골로 등장한다. 물론 부부가 평생을 함께 사이좋게 살다가 죽어서도 같은 무덤에 묻히는 '해로동혈'이 최상의 부부애로 여겨지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부부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는 '부부의 날'을 맞아 최소한 하루라도 '부부'에 대해 한번쯤 깊게 음미해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마디 해 봤다.
그동안 서로가 감사함을 얼마나 느끼며 살아왔고,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 할 때 따뜻한 손 한번 제대로 잡아 준 적이 있는지,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마음에 큰 상처나 입히지는 안 했는지, 지나간 부부의 날에 장미꽃 한 송이 건네며 따뜻한 차 한잔이나 나누어 보았는지….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은 그 아들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이고, 어머니가 딸에게 전해 줄 가장 좋은 선물은 그 딸의 아버지를 존경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부부가 평생 잊지 말고 살아가야 할 사랑의 밧줄은 미운정 고운정이다. 서로가 먼저 안고 안기며 화목한 가정 만들기에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내년엔 그 어떤 남편, 아니 부인이 느닷없는 중고 벼룩시장 급매물로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