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에 대해

▲ 오정현 도유건설 대표·전북일보 독자권익위원
우리 주변에서 집안 대·소사를 비롯해 직장, 기관, 단체, 정부의 행사가 열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때 행사를 더욱 빛나게 하고 행사 본래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행사의 진행뿐만 아니라 행사장 준비, 초청인사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세심한 배려와 치밀한 사전준비가있어야 한다.

 

이러한 행사를 치를 때 갖추는 일정한 법식을 흔히 '의전(儀典)'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의전행사란 정부의 각급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공식적인 업무수행과 관련해 거행하는 각종 의식을 포함한다. 또한, 요즘에는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민간단체, 기업체 등에서도 정부기관 못지않게 의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의전행사의 횟수가 빈번해지고 범위도 확장되는가 하면 그 세련된 격식을 요구하고 중요시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3·1절, 광복절 등 국경일 경축행사, 대통령취임식,국장·국민장 등을 국가적 차원의 가장 중요한 의전행사로 손꼽을 수 있으며, 이밖에도 각종 법정기념일 행사를 비롯해 전시회· 포상식·학술회의·대회·기공식· 준공식 등 실로 그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이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크고 작은 행사를 직접 주최, 주관하는 측에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주요 인사에 대한 서열과 호칭을 정리해 적절한 자리배치와 소개를 곁들이고 격식에 맞는 행사 진행순서 등을 통해 행사를 빛내고, 행사에 참여한 귀빈을 빛내주는 역할이 바로 올바른 의전이라 할 수 있다.

 

의전은 서양의 전유물이거니 생각하겠지만 알고 보면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를 비롯한 예의문화를 중시했던 동양권에서 더욱 문화규범으로 꽃을 피어왔으며 뿌리 또한 깊다. 예(禮)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의전은 잘 됐을 경우 행사를 더욱 빛낼 수 있지만 의전이 잘못될 경우 한 순간에 행사를 망치게 하는 양날의 칼이 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바로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것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옛 선조들이 말씀하신 의관정제(衣冠整齊)와 그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옷과 모자를 바르고 가지런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은 그 행동거지도 바르고 가지런이해 흐트러짐이 없다. 역시 의전이 잘 이루어 졌을 경우 행사의 속살 역시 매끄럽고 알찬 행사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형식을 겉치레라 치부하며 절차를 무시하고 간편하고 근시안적인 결과에만 연연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형식과 절차가 존중되면 내용 역시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행사를 준비하는 쪽의 세심한 배려와 준비, 참여자와의 긴밀한 소통, 시간 엄수의 중요성 등 의전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많고도 많다. 의전은 반드시 행사를 통해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고 평소의 인간관계, 기관간의 관계의 연장선임을 알아야한다. 더불어 의전의 소홀함을 들어 서운함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나 그 소홀함을 공개적으로 나타내어 주최 측과 마찰을 빚는 것은 행사를 빛내려 찾아간 손님의 도리는 아닐 것이며 초대받은 귀빈으로서 행할 일도 더 더욱 아니라 생각한다. 그리고 의전이 잘못됐을 경우 피해(?)의 구제는 피해 당사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장에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이 의전을 잘못 행한 주관하는 측을 비난해 피해자 마음을 위로하는 간접 구제에 나서는 것이 상례다. 진정한 의전은 존경에서 우러나오는 배려이자 특별함을 거부하는 자연스러움이다. 이제 행사의 꽃인 의전을 살려 상식과 배려, 존중이 넘치는 세련된 의전 문화를 자주 접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