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관계 뿌리는 관존민비"

강준만 교수 '갑과 을의 나라'

 

최근 불거진 대기업 본사의 대리점 횡포 문제를 놓고 '갑을(甲乙) 논쟁'이 점화됐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와 복지 논쟁을 벌였던 새누리당과 민주당 역시 '을(乙) 살리기'냐 '갑을 상생(相生)이냐'를 놓고 '갑을 프레임 전쟁'에 돌입한 것. 사실 갑을 관계는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 '갑의 횡포'가 왜 난무하게 된 걸까.

 

강준만 전북대 교수(57)가 펴낸 '갑과 을의 나라'(인물과 사상사)는 한국인에게 숙명과도 같이 돼 버린 '갑을 관계'의 기원을 분석한다. 조선 시대 관존민비에 뿌리를 둔 갑을관계는 해방 이후 '전관예우', '브로커'라는 사생아를 낳아 선물과 뇌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고, '전관예우 공화국', '브로커 공화국', '선물의, 선물에 의한, 선물을 위한 나라'로 탄생시켰다는 결론. '을의 반란'은 시위와 데모를 통해 표출됐다. 평화적으로 이야기하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저자는 결국 시위가 언론과 권력의 주목을 받는데 몰두하면 시위의 참뜻은 죽는다고 경고하면서 더 많은 참여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시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 교수는 '을의 반란'이 '증오의 이용'이 아닌 '증오의 종언'을 넘어서는 시대정신이 되길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