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IT 융합 '스마트 메디컬'

신체 정보 미리 분석 / 질병 예방 방식 전환 / 치료 땐 고통 최소화

▲ 정성후 전북대병원 원장
최근 의료산업이 세계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식약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세계 의료기기 시장규모를 286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체 가전시장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IT 융합기술은 의료산업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의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병원방문 없이 원하는 곳에서 질병을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와 사전 예방까지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메디컬'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의료-IT가 접목된 스마트 메디컬 분야는 동작인식기술, 바이오마커, 초소형 의료기기, 스마트폰을 이용한 즉시진단테스트, 스마트 의료 홈 등이 대표적이다.

 

동작인식기술(Three-axis technology)은 손동작이나 몸짓만으로 다양한 전자기기를 운영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예를 들어 만성통증 환자가 몸을 움직일 때 고통과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 이 기술을 응용할 경우 신체 움직임을 센서가 자동 감지하고 척수에 미세한 전기를 미리 흘려 실제 느끼는 통증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마커(Bio-marker)는 암세포와 같은 특정 세포만 찾아 치료하는 기술이다. 단백질 분자 내 아미노산 배열을 결정하는 DNA, RNA를 이용하는데, 정상세포도 함께 손상을 주는 항암치료와 달리 암세포만을 공격하기 때문에 암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요즘에는 뇌졸중, 치매, 당뇨병에도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래형 초소형 의료기기도 스마트 메디컬의 한 분야다. 이 초소형 기기는 주사기를 통해 신체에 주입되며 신체 외부에서 무선 전자기파로 조종되어 혈관을 타고 움직인다. 약물을 원하는 신체 부위에 전달하고 혈관 내 작은 종양도 제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아직 개발단계이지만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봐왔던 장면이 차츰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분야에서 스마트폰의 역할은 상당한 수준에 와있다. 스마트폰으로 혈압, 체온, 맥박, 체지방을 체크하고, 귀를 검사할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해 염증이나 이상 여부를 알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즉시진단테스트는 손쉽게 실시간으로 환자의 신체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맞춤형 관리를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으로 암을 자가 진단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미래건강센터는 스마트 의료 홈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 의료 홈은 가정 공간에 적외선 센서, 컴퓨터, 바이오센서, 비디오카메라 등을 설치해 걷는 모양, 수면 포즈, 행동 원형들을 수집해 건강을 측정한다. 예를 들어 두통이 있다고 말하면 컴퓨터가 몸 상태를 분석해 거실에 있는 LCD를 통해 어떤 약을 복용해야 할지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스마트 의료 홈은 단순히 집을 거주공간이 아닌 건강까지 책임지는 의료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처럼 의료-IT 융합기술은 의료 패러다임을 뒤바꿔놓고 있다. 질병이 발생된 후 치료에 집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신체정보를 미리 분석해 질병을 예방하는 선제적 대응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질병이 발견된 경우에는 병소의 최소 부위만 정밀하게 치료하고 고통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다.

 

또한 진료와 검사, 진단, 치료에 필요한 시간적 공간적 개념도 점차 무너지고 있다.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가정에서 원터치로 검사를 하고, 그 결과는 IT망을 통해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며, 의사는 진단결과를 화면을 통해 설명해주고 처방이 내려지면 집안에 있는 의료기기가 이를 인식해 치료까지 해주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될 날도 머지않았다.

 

인류는 오랜 세월 건강한 삶과 장수하는 비책을 찾는데 골몰해왔다. 인체 안전성과 신체정보의 엄격한 관리, 의료비 적정성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지만 의료-IT 융합기술은 인류의 생로병사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 또 다른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