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는 노동과 정신적 의무감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다. 하루생활 중 일하는 시간, 생리적으로 필요한 시간, 일 이외의 의무시간 등을 제외한 시간을 말한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생계를 위한 직업에서 물러난 뒤 자유스럽게 보낼 수 있는 여유 시간이 많아졌다. 60세에 정년을 한다 해도 30년∼40년을 더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은퇴 후의 남아도는 여유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즐겁고 가치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인가. 100세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인생 제2막의 여가생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가의 질 따져봐야
전주시 인후동에 사는 김복순씨(82)는 아침 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가까운 복지관으로 향한다. 휴게실에 앉아 신문을 훑어본 뒤 바로 건강처방실로 가서 여러 가지 헬스 운동을 한다. 그 곳에서 친구를 만나서 수다도 떨고 생활정보도 듣는다. 점심을 마치고 복지관에 가서 댄스스포츠를 한다. 다음에 태극권을 끝내면 오후 4시께 집으로 되돌아온다.
이금영씨(73·완주군 봉동읍)는 아침식사 후 설거지와 집안 정리를 마치고 곧바로 동네 경로당에 간다. TV도 보고 화투 놀이도 하고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다가 점심은 그 곳에서 해결하기도 하고 집에 와서 먹기도 한다. 보통 경로당에서 하루를 보낸다.
이철수씨(75·김제시 금구면)는 초등생처럼 주간·일간 생활시간표를 짜놓고 대부분 그 계획대로 생활을 한다. 시와 수필을 읽고 써보기, 복지관에 가서 요가하기, 편백나무 숲 걷기, 친목회·사회단체 봉사활동 참여하기, 친구들과 만나서 사는 이야기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세계적인 여가학자이면서 여가활동 마니아인 캐나다 캘거리대 로버트 스테빈스 석좌교수(R.Stebbins)는 여가를 두 가지로 분류한다. '가벼운 여가'(casual leisure)와 '진지한 여가'(seriouse leisure)다.
전자는 TV보기, 낮잠자기, 산책 등과 같이 특별한 훈련 없이 참여해 짧은 시간의 즐거움만 맛볼 수 있는 여가로 이금영 씨 같은 경우다. 후자는 수준 있는 아마추어 취미애호가, 전문 자원봉사자 등과 같이 흥미롭고 성취적인 행동을 추구하며 지식·기술·경험을 획득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아실현과 사회적 교류 등을 제공받는 여가로 김복순씨와 이철수씨 같은 경우다.
결국 노후에 바람직스럽게 보낼 여가는 '진지한 여가'라고 할 수 있다.
전라북도의 60세 이상 고령자와 노인의 문화여가생활 향유(생활여건 만족도 중 일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가활동 유형은 TV·DVD 시청이 80.8%, PC 9.2%, 문화행사 참여 2.0%, 자기개발 1.2% 등으로 조사됐다.
또 전북발전정책연구소가 지난 해 조사한 도내 65세 이상 노인의 노인생활실태조사 및 정책방향 연구에서는 전북지역 노인은 하루 일과를 집에서 보내는 사람이 56.2%, 복지관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사람이 88.6%, 봉사활동이 전혀 없는 사람 89.1%, 경로당 이용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47.4%, 취미생활 모임이 전혀 없다가 83.2%로 나타났다. 여가활동을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건강이 좋지 못하기 때문(22.6%)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서(16.8%)와 시간이 없어서(14.8%) 등이 뒤를 이었다.
△여가는 삶의 만족도 결정 핵심요소
노인들의 여가생활은 젊은이들의 여가생활과는 그 성격이나 유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젊은이들은 여가를 재생산의 수단이나 심신의 피로회복 등에 목적을 두는 반면 노인은 여유시간을 '어떻게 여생을 유용하고 의미 있게 보내느냐'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노인은 직업을 통해 찾고 누리던 삶의 의미나 사회적 역할과 관계의 상당부분을 상실한데다, 신체적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 노인들에게 여가의 질은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다. 노인들이 인생의 여유와 행복을 느끼고, 사회 공동체 일원으로서 활기차게 참여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는 노인여가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건전한 여가생활의 대책은
노인의 건전한 여가생활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요자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노인 자신의 입장과 공급자적 성격을 가진 정부와 자치단체 및 노인여가복지시설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노인 스스로는 은퇴 전부터 취미가 여가생활에 필수 요건임을 알고 자기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취미를 갖거나 길러야 한다. 자기의 취미를 다른 사람이 던져줄 수는 없다.
또한 일과 여가생활의 조화를 이루는 시간계획을 세우고 여가일지 쓰기를 실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전문적 자원봉사의 분야를 예상하고 그에 맞는 지식과 기술, 자격을 습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은퇴 전부터 노후 여가생활을 대비한 여가준비가 필요하다.
정부나 자치단체는 도시와 농어촌의 노인들 모두가 공평하게 여가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가복지시설을 확충하고, 다양한 여가생활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해야 한다. 또한 여가생활의 지속화를 위한 여가경력관리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노인의 일과 여가를 접목해 여가생활을 참여유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자원봉사 및 사회공헌활동 참여를 위한 다양한 수요처를 발굴 제공하고, 봉사활동과 사회서비스를 노인의 일과 연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여가생활의 질은 여가 콘텐츠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전문적인 여가내용이 지속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고, 수준 높은 여가생활지도사를 양성해 소외지역이 없도록 찾아가는 여가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신 정 모
(전북실버뉴스 레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