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꽤 많은 지역사회 활동을 수행하고, 주위의 참 많은 분들의 넘치는 지지도 받는다. '늘 좋은 일을 하고 있다', '수고한다'는 격려도 받는다. 이러한 말들은 나의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 듯해서 쑥스러울 때도 있다. 나는 지금까지 참 많은 직원들과 일하고, 회노애락을 함께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함께 성장하고, 실패하고, 서로의 신뢰를 잃어 머쓱해 지기도 하고, 너무 많은 업무로 인해서 직원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오늘도 어르신들을 기다린다. 나는 지금껏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자 노력했고, 그것이 사회복지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가끔은 너무 많은 일들을 만들어서 질책을 받기도하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나 자신과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취약계층의 복지증진을 위해서 지금 이 순간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흔들리고 있다. 기관장으로서, 사회복지사로서 안정적인 듯 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 막 현장에 들어온 사회복지사들에게 100만원 미만의 급여를 지급하는 문서에 결재를 하면서 결혼도 해야 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동료와 후배사회복지사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참 많은 갈등을 한다. '내가 좀 더 여유가 있다면 내가 받는 급여를 줄여서라도 후배들에게 안정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 '제도적이고 안정적인 사회복지현장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공익적인 지지체계를 어떻게 만들어갈까?' 등을 생각하면서 봄바람 사이로 살며시 흔들리고 있다. 현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60%이상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으며, 경력과 노하우가 쌓여갈수록 전문적인 처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기관에 부담을 주는 것을 걱정하면서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는 등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나마저도 기관장으로서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로 인해서 지역사회와 직원들이 안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까가 두려워진다. 내가 받는 급여를 줄여서 직원 2명을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다는 부담은 꽤 오래된 고민이 되어 버렸다.
사회복지사처우개선 문제를 이야기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건비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물론, 인건비의 문제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전문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며, 안전과 안녕이 보장되는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다. 또한 적어도 사회복지 현장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인건비를 국가와 지방정부가 책임지고자하는 마음이며, 공공이든 민간이든 사회복지분야가 전문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우리가 흔들리고 있지만, 그 흔들림 또한 복지가 중심이 된 지역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진보의 고통이라고 믿고 싶다. 조금이라도 진보해 나가는 현장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마음, 그 기대의 마음을 위안삼아 오늘도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아본다. 다만, 그 기대가 기대로 끝나지 않고, 그 기대가 현실이 되는 일이 조금 더 빨리 오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