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육상대회 '챔피언전' 무색

간판급 연쇄 불참에 경쟁 실종

나이와 신체조건을 떠나 종목별 한국 최고의 육상 선수를 가린다는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간판급 선수들의 연쇄 불참과 저조한 기록으로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대회 첫날인 5일 여수 망마경기장에 모인 육상인들의 시선은 남자 100m 결승에 쏠렸다. 과연 3년 만에 새로운 한국기록이 탄생할지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시작 전부터 김이 샜다.

 

한국기록(10초 23) 보유자인 김국영(22·안양시청)의 강력한 맞수인 여호수아(26·경찰대)가 허벅지 근육통을 이유로 기권한 것이다. 김국영마저 출발 총성보다 스타트블록을 일찍 박차고 나가 부정출발로 실격당하자 한국신기록에 대한 기대도 산산조각이 났다.

 

개인 최고기록 10초 32를 기록해 역대 100m 한국 랭킹 3위의 기록을 낸 임희남(29·광주광역시청)은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전날 레이스를 포기했다.

 

일본 고교생 3학년 기류 요시히데(18)는 역대 일본에서 두 번째로 빠른 10초 01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한국의 스프린터들만 조용하다.

 

2㎝만 더 뛰면 8월 세계선수권대회 B 기준기록(8m 10)을 통과하는 남자 멀리뛰기의 김덕현(28·광주광역시청)은 6번의 시도에서 4차례나 금을 밟은 끝에 7m 75를넘는 데 그쳤다.

 

올해로 67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초·중·고·대학·실업부로 경기를 나눠 치르는 전국종별대회와 더불어 양대 이벤트 중 하나다.

 

특히 종목별로 '계급장'을 떼고 맞붙는 독특한 대회 성격상 '챔피언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축제 성격으로 치러져야 하나 실상은 이런 기대감과 거리가 멀다. 치열한 경쟁이 사라진 탓에 좋은 기록이 나올리도 만무하다.

 

1년 중 가장 큰 국내 대회에 임하는 선수와 지도자의 자세 또한 실망스러워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