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명품도시를 꿈꾸며 야심차게 출발한 전주 서부신시가지 개발 사업이 난개발을 부추기는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장밋빛 청사진과는 달리 전주 서부신시가지는 현재 모텔과 유흥가 밀집, 도로 양측에 줄지어 있는 불법주정차, 그리고 극심한 교통난에 이어 원룸 지옥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전주 중앙동과 고사동 등 구도심 일대는 이미 차별과 소외 속에 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고 상권은 붕괴되기 일보직전으로 쇠락의 길을 걷는 등 편중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 내 균형발전은 먼 얘기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고 시가지는 관공서와 유흥가가 맞물려 위치하는 기형구조를 띠고 있어 다시는 이 같은 전철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전주 서부신시가지는 김완주 전주시장(현 전북도지사) 취임 이후인 1999년 개발지구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용역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9개년 사업으로 진행됐다.
신시가지의 총 면적은 253만5846㎡로 수용인구는 4224세대, 1만2672명이 들어설 예정이었고 총 사업비는 456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13년 6월 현재 체비지 매각은 대부분 완료됐지만 빈 대지로 남아 있는 체비지는 50%에 달한다.
당초 전주 서남권의 관문이자 대표적 명품지구로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의지와는 달리 지금은 시가지 한복판에 들어선 모텔들에 이어 우후죽순으로 난립한 원룸, 주차 공간 부족에 따른 불법주정차로 시가지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
△교통지옥 '자업자득'
서부신시가지는 교통지옥이라 불릴 만큼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다.
지난 2002년 승인된 도시개발계획에 맞춰 신도시가 설계되다보니 현재 50%의 입주율에도 불구, 교통대란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체비지 매각은 99%에 달했고 2002년 개발계획 승인 당시 예측됐던 수용인원은 1만2672명(4222세대)이었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지금 서부신시가지 택지 입주율은 50%에 달했지만 이미 교통량은 한계치에 올라 신도시 골목은 사실상 주차장으로 변질돼 있다. 과거 계획된 도시개발계획안에 비해 인구수도 늘고 자동차 보유량도 크게 증가한데다 신도시로 유입될 추정 인구가 3만 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초 교통 계획안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부신시가지 내 설립된 공영주차장(사설 제외)은 19개소에 720면이 존재하고 있다.
이곳 상업지구 내 들어선 음식점이나 편의시설 등을 찾는 외지인들을 수용하기 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개발계획에 맞춰 조성된 서부신시가지의 교통 체계를 뜯어 고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전주시는 뒤늦게 주차 수급실태조사 용역을 진행, 서부신시가지 도로의 한 면을 노상주차장화 하고 기존에 조성돼 있던 광장을 100억 원을 들여 지하주차장으로 변경, 설립하려 하지만 이미 건설된 도로 폭이 협소해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김제와 익산 등지에서 유입되는 차량 소통을 감안할 때 전주~군산 자동차전용도로와 서부신시가지를 연결시킬 추가 도로 신설도 요구되고 있다.
△명품도시 웬 '원룸촌'
친환경 명품 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전주시의 당초 계획과는 달리 같은 모습, 같은 문양의 다세대주택(원룸)이 즐비, 신시가지가 전주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원룸 신축과 함께 온갖 불법과 탈세 등 심각한 역기능이 나타나는 등 원룸의 과잉공급은 건설시장에 악영향을 미쳐 주택시장 공급 안정화를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룸 착공 붐이 일었던 지난 2009년 전주시내 원룸은 4905동(누계·3만2348가구)이 지어졌으며, 2010년에는 5514동(3만8186가구)으로 증가했다.
2011년에는 6275동(4만5014가구)로 또 다시 크게 늘었고, 2012년 6745동(4만9247가구)으로 증가하면서 도심이 원룸으로 빼곡해진 상황이다.
이 가운데 서부신시가지의 경우 대표적 원룸촌으로 불리고 있으며 이곳에는 무려 1000여동의 원룸이 형성돼 있다.
반면 인구는 크게 변동이 없는 상황으로 원룸 건축에 '거품'이 끼었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투기를 목적으로 한 건축주들이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유인해 원룸을 되팔고 있어 주택시장 안정화에도 해가 된다는 것이다.
원룸은 전용면적 50㎡ 이하로 방 한 칸에 주방과 욕실을 갖춘 초미니 주택으로 이직률이 높은 직장인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투기위주의 시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원룸은 공동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 부지만 확보하면 신축할 수 있고 1억원 내외의 저렴한 건축비와 6개월~1년여의 짧은 공기에 신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축만 하면 투자 대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투기의 대상으로 꼽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고수익을 보장하며 퇴직자들에게 접근해 원룸을 되파는 '메뚜기 족'들로 인해 투기, 탈세, 불법구조변경 등의 불·탈법을 막을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모텔·유흥점 등 '반쪽 신도시'
전주는 그동안 고사동과 중앙동 등 구도심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됐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서신동과 평화동, 송천동, 효자동 등지로 개별상권이 나눠졌다.
그러나 서부신시가지가 개발되면서 각 지역의 대표 음식점 등이 대거 신시가지로 몰리면서 구도심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 서부신시가지는 전주시가 재정 압박을 피하기 위해 무계획적으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한 결과 유입 예상 인구는 폭증한 반면 주차장, 도로, 상하수도, 전력, 학교 등 도시기반시설은 변화가 없어 반쪽 신도시로 불리고 있다.
특히 시내 유명음식점과 상업시설들이 신시가지로 대거 이전하면서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걷고 싶은 거리, 영화의 거리 등에 쏟아 부은 수백억 원의 예산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서부신시가지 체비지 입주율은 50%로 나머지 체비지에도 모텔과 금융기관, 음식점 등이 들어설 계획으로 하루 유동인구만 해도 3000~4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용도지역상 상업지역으로 분류된 전북도청사 정문 건너편으로 2개 블록 28필지 1만1000㎡는 서부신시가지 내 전체 상업지역(20만4000㎡) 가운데 유일하게 모텔과 유흥업소 등의 시설이 가능한 지구로 모텔 등의 숙박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전북의 심장인 도청사 앞에 대규모 유흥업소 단지가 들어설 것으로 보이면서 이 지역이 아중리나 중화산동처럼 제2의 환락가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주를 대표할만한 쾌적한 주거공간과 상업 및 공공업무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당초 조성목적과는 달리 전주시가 체비지 매각을 위해 숙박시설을 허용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 서부신시가지 개발 추진 일지
△2000.07.01=도시개발법 시행(2000.1.28 제정)
△2002.06.28=전주서부신시가지 도시개발구역지정 승인(건교부)
△2002.07.06=전주서부신시가지 도시개발구역지정·고시
△2003.03.14=실시계획인가(지구단위계획 포함)
△2003.07.15=환지계획인가 및 예정지 지정
△2003.08.18=체비지 매각 실시 (대상 680필지 616,047.8 ㎡ )
△2007.03.09=문화재 시굴조사 완료
△2007.08.31=대로 1-22호선 (홍산교~서곡교) 개통
△2007.09.20=홍산교 준공 개통
△2007.12.22=1공구 공사준공
△2008.01.22=1공구 환지확정처분
△2008.05.31=서부신시가지 전체공사
준공
△2008.06.30=도시개발구역지정 변경 및 개발·실시계획 변경인가(전라북도 고시 제2008-191호)
△2008.07.03=환지처분공고(전주시공고 제2008-611호)
△2009.07.03=도시관리계획(제1종지구단위계획)변경인가(전주시 고시 제2009-6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