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도내 중소기업들도 상품 부가가치 높이는 디자인 중요성 눈떠야

▲ 백승만 전주상공회의소 전북지식센터장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그야말로 불볕더위다. 이쯤되면 집집마다 미뤄뒀던 냉방기 구입을 고민할 것이다. 같은 값이라면 아마도 브랜드와 디자인을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디자인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다.

 

어떤 TV를 살까? 오늘 저녁 요리에는 어떤 접시가 어울릴까? 오늘은 어떤 구두를 신고 나갈까?

 

최근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가격, 기능 등 전통적 가치보다 차별화된 컨셉과 이미지, 디자인 등이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영원한 라이벌 빌 게이츠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고 한다."빌 게이츠, 너는 뛰어봤자 내 발 밑에 있다. 아름다움을 모르기 때문에!" 소니의 오가 노리오 명예회장은"시장에서 제품을 구별하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디자인을 단순한 제품의 외관과 개선으로만 보는 지엽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창조와 혁신의 매개자라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때이다. 중소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반적으로 기술혁신에 주력해 왔으나, 최근 들어 디자인혁신을 통한 새로운 제품개발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력 중심의 제품개발 만으로는 경쟁력이 부족해 디자인경영을 통한 제품혁신이 그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디자인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대부분 디자인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제품의 개발을 우선으로 두고 인력과 비용을 투자한다. 제품개발에 있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것이 디자인이다. 우수한 성능의 제품일수록 그만한 디자인이 뒤따라야 모든 성능을 다 발휘할 수 있는대도 말이다. 그렇다고 디자인 개발에 손 못쓰는 중소기업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중소기업도 품질을 넘어 디자인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디자인은 비교적 단기간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고, 부가가치가 높아 투자 대비 매출효과도 기술개발은 5배에 그친 반면 디자인은 14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래서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기술, 품질, 생산성,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투자를 꾸준히 병행한다면 디자인 경영의 효과를 장기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특허청, 전라북도, 전주상공회의소 전북지식재산센터가 매년 지원하고 있는 디자인가치 제고사업을 통해 디자인 전략을 단계적으로 수립하고, 디자인 개발뿐만 아니라 권리 확보까지 지원하는 부분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도내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아름다움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터보블로워를 생산하는 (주)에이스터보와 수질방지업체로 하수처리장치, 살균장치를 개발하는 (주)그룬의 디자인 개발과 지속적인 투자는 우리 지역 의 좋은 사례다.

 

이제는 특별함이 담긴 디자인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굿 디자인을 넘어 베스트 디자인을 창조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술적으로 탁월했으나 디자인이 평범해서 사장된 사례들처럼, 각본이 아무리 훌륭해도 공연장, 무대, 조명, 의상 등의 부실하면 흥행에 성공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