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는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 대통령께서 공약한 사항인데 안챙기십니까"라고 질문하자 "공약까지는 아니고, 논의를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정 총리는 또 "(관련 법안이)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총리의 이날 답변은 박근혜대통령을 지키지 않을 약속을 한 이중인격자로 만든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박근혜대통령은 그동안 한번 한 약속은 꼭 지킨다는 말을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전북 방문 등 전국을 유세하며 유난히 '약속을 지키는 사람' 이미지를 내세웠다. 기초노령연금 일괄지급이 예산상 힘든 상황에서 최대한 관철 의지를 보이는 박 대통령의 모습에서 그의 '약속관'의 단면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전북 관련 부분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박근혜대통령은 "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또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김재원 의원과 함께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금운용본부의 전북이전을 명시한 국민연금법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새누리당은 이런 분위기를 담은 홍보 현수막을 전북 전역에 도배하다시피했다. 하지만 정 총리는 정식 공약을 한 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국회에 공을 떠넘기고 있다.
새누리당은 김재원의원이 발의한 법률개정안을 논의하기는 커녕 국민연금 정관 개정 카드를 내걸며 회피 내지는 지연작전을 펴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이 주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전원이 서명하고 건의한 '정관개정을 통한 전북이전' 문제에 대해 여야 6인협의체는 2개월 가까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관 개정을 통해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법대로 처리하라 하고, 박대통령은 말이 없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온 뒤 말이 다른 것이다. 이같은 행태가 과연 약속이 있는 대한민국인가. 박근혜대통령은 대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