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뼈 육수로 밥을 짓고 각양각색의 서른여섯 가지 계절 나물을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원형대로 차리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 제5공화국시절 대통령 초도순시 때 7만원을 받았던 예가 있으니 물가 상승률로 보아 20만원이면 놀랄 일도 아니다.
일본의 재래종 소 와규(和牛)고기를 재료로 만든 '고베 비프스테이크'는 일인분이 30만원을 넘은지가 오래지만 일 년 전에 예약을 해야 될 만큼 유명한 명품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전통 전주비빔밥은 그 재료로나 정성에서 그에 비할 바 아니다. 그러면서도 명품으로서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명품의 중요 가치인 전통과 품질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넬, 크리스찬디올, 몽불랑, 벤츠, 버버리, 지포라이터, 누구나 알 수 있는 세계적 명품들이지만 처음에는 하나의 평범한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만드는 사람들은 물론 지역주민, 지역정부, 중앙정부에 이르기까지 상품에 대한 신뢰도와 명성을 얻기 위하여 꾸준한 노력과 투자를 계속 했다.
고베 비프스테이크도 그렇다지만 10대를 가업으로 이어 온 끝에 세계적인 명품이 된 것이 허다하다. 2010년 일본의 한 조사에 따르면 100년을 넘은 기업이 2만2000개가 넘고 200년을 넘은 기업이 1200여개, 500년 넘은 기업도 40여개나 됐다.
우리나라는 기껏 100년을 넘은 기업이 두산, 동화약품, 몽고간장 등 3개에 지나지 않다고 하니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명품들의 고향이 모두가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 문화를 사랑하는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세계100대 명품 브랜드 가운데 미국이 60%로 1위고 나머지 또한 문화대국들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측면을 인정하더라도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문화에 기여한 노력 또한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이 오늘날 막강한 미국의 브랜드 파워를 이룩한 셈이다. 경제에 국경이 무너져 내리고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좁혀 지면서 지구촌의 소비자는 하나의 세력으로 통합되고 있다. 세계사는 결국 먹거리를 비롯한 명품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각축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만 관광객 유치를 외치고 전북방문의해를 슬로건으로 내 걸면 세계인들이 구름처럼 몰려오리라 생각하는가.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 등 3거리를 실속 있게 갖추어 놓으면 사람들은 밀려오게 돼 있다.
명품 비빔밥 한 그릇에 20만원이라면 전주를 찾은 관광객에겐 충격일 수 도 있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전주비빔밥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전주가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됐으니 명실공히 성과물이 나왔으면 좋겠다.
기능적인 우수성이나 심미적인 탁월성을 넘어 한 분야의 역사를 구성하고 대표하는 상품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것을 명품이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비빔밥은 명품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소재가 된다.
다만 그 소재를 형상화 하고 발전시켜 명품으로 만드는 노력이 없고 뒷받침이 없을 뿐이다. 이제 우리도 명품을 생각하고 브랜드파워를 갖추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명품 요정이었던 '행원'복원 논의를 할 만큼 명품에 대한 갈증이 심한 우리다.
한 스타일 여섯 가지 소재가 모두 명품이 될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 매년 수백 개의 단체에게 뿌리는 수십억원의 혈세를 아껴 명품연구소라도 만들어 미래를 도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