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이대우 탈주 26일…수사망 구멍

검거망 피해 종횡무진 / 전주로 압송 여죄 조사

▲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조사를 받다 탈주한 이대우가 14일 부산 해운대에서 검거된 후 전주지검 청사로 압송되고 있다. 추성수기자chss78@

속보= 지난달 20일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조사를 받다 달아난 이대우(46)가 도주한지 26일 만인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에서 검거됐다. (5월 21~24·27·28·30일자 6면 보도, 3일자 9면, 4일자 6면 보도)

 

검거 당시 이대우는 오랜 도피행각으로 자포자기한 듯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우는 도주 기간 동안 서울에서 어머니를 만났고, 동생과 부산교도소 동기를 만나 도피자금을 받는 등 전국을 누비고 다녔지만 단 한 차례도 경찰관과 마주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검·경 수사망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검거과정= 부산경찰은 지난 13일 오후 6시 40분께 김모씨(51)로부터 철거작업을 한 부산 민락동의 한 폐가에서 이대우를 봤다는 신고를 받았다.

 

경찰은 이어 14일 오전 7시 30분께 현장에서 이대우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음료수 캔과 과자봉지 등을 수거하고 지문을 채취해 오전 10시 55분께 감식을 통해 이대우의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 시내 전역에 비상을 걸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55분께 부산 해운대역 인근에서 서성거리는 이대우를 발견했다. 이어 경찰들이 다가가"이대우씨"라고 불러 세웠고, 이대우는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가겠습니다"라며 제자리에서 수갑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도주경로= 이대우는 지난달 20일 남원지청에서 도주한 직후 차고 있던 수갑을 청사 옆 담에 여러 차례 내려쳐 왼손을 빼낸 뒤 오른손에 수갑을 찬 채로 정읍과 광주로 이동했다. 이후 광주에서 마트를 털어 도피자금 30만원을 마련한 뒤 시장에서 대형절단기를 구입해 인근 야산에서 수갑을 풀어 이를 함께 버렸다.

 

두 팔이 자유로워진 이대우는 고속버스를 이용해 대전으로 가 터미널 인근 모텔에서 하루 동안 머문다.

 

이후 경기 수원으로 간 이대우는 수원역 인근의 리모델링 공사 중인 건물 등에서 며칠을 지낸 뒤 경기 성남으로 도주해 재개발지역의 폐가 등에서 머물렀다.

 

또 서울에 와서는 종로구 세운상가 인근의 지인 집에서 1박을 했으며, 구로구 디지털단지 인근의 재건축아파트에서 며칠 동안 은신했다.

 

이후 부산으로 내려온 이대우는 모텔에서 1박을 하고 공사 중이던 주택에서 며칠 동안 머물다 지난 13일 집주인에게 발각돼 울산으로 달아나 모텔서 하루를 지낸 뒤 다시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로 돌아왔다.

 

△구멍 뚫린 수사망= 이대우는 도피기간에 검·경의 감시를 피해 가족과 지인 등을 4차례 만나 도피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도주 직후 수갑을 풀고 광주를 벗어나 대전까지 잠입한 이후에는 큰 어려움 없이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수도권과 부산까지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도주해 빈집과 모텔 등에서 지내며 인터넷을 통해 자신과 관련한 기사를 검색하며 경찰 추적을 피했다.

 

이대우는 지난달 21일 수원으로 잠입한 뒤 교통카드를 구입,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주행각을 이어갔다. 이후 25일 서울로 이동해 어머니와 친동생 차례로 만났다. 그는 이날 어머니로부터 60만원을 받았고, 이달 1일 친동생을 다시 만나 여름옷 6벌과 운전면허증, 현금 170만원 등을 건네받았다. 또 27일에는 서울 종로 세운상가에서 교도소 동기 박모씨로부터 50만원을 받았다.

 

당초 검·경은 이들을 밀착 감시했지만 정작 연락은 물론 이대우가 가족을 만났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대우는 29일 서울 종로에서 가발을 구입한 뒤 자유롭게 도심을 활보했다.

 

△추가범행= 광주 마트를 턴 이후 이대우의 추가범행은 저지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우는 검거 당시 도피자금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빈집털이를 위한 장갑과 손전등, 공구 등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타인 명의의 주택 임대계약서를 가지고 있어 장기 은신처를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달 29일 서울 가리봉동에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7만원하는 방을 얻었지만, 집주인 가족이 의심하는 낌새를 느끼고, 다음날 찾아가지 않았다.

 

△향후 수사= 검찰은 현재까지 드러난 이대우의 행적은 이대우의 진술에 의한 것으로 추가 도주경로와 도피자금, 은신처 제공자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최윤수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16일"이대우는 기존의 상습절도와 이번 도주사건, 도주 중 절도행각 등을 병합시켜 가중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이대우를 도와준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